현직 경찰 “남자들아, 동탄경찰서 사건 들먹이다가 휴대폰 안 보여주면 큰코 다친다”

2024-07-0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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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이 블라인드에서 호소하고 나섰다

경찰 출동 장면 /  뉴스1 자료사진
경찰 출동 장면 / 뉴스1 자료사진

경기 화성동탄경찰서가 무고한 남성을 성범죄자로 몰아 강압수사를 벌인 뒤 일선 경찰이 불법 촬영 수사를 벌일 때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신고당한 남성이 경찰에 휴대폰을 보여주지 않고 버티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역 앞에 있는 파출소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경찰 A 씨가 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불법 촬영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들에게 억울하더라도 수사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A 씨는 “역 앞에서 근무하면 불법 촬영 신고가 자주 들어온다. 이게 진짜 뭐 같은 게 대부분 여성의 진술밖에 없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에게) 조용히 ‘휴대폰 좀 볼 수 있느냐’라고 협조를 요청할 때 응해주면 다행인데 화성동탄경찰서 사건 때문인지 ‘왜 제가 보여줘야 하죠?’라면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먹이며 안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때 우리가 ‘아 네, 알겠습니다’ 하고 갈 수 있겠나. 절대 불가능하다”라면서 “우린 협조 안 해주면 휴대폰을 강제로 뺏고 심하면 체포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혐의가 있음에도 휴대폰을 보여주지 않으면 실제포 체포된다. 신고자의 신고만으로 혐의가 특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X같다는 걸 나도 안다. 실제로 저런 일을 당하면 X같을 것”이라면서도 “근데 우리도 X같다. 체포하고 휴대폰 압수하고 신병 인계하는 데 기본 세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A 씨는 “실적에 도움 되는 거 없으니(실적 때문에 수사하는 게 아니니) 오해하지 말라”면서 “서로 얼굴 붉히지 말고 협조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무슨 법이 이따위냐고 불만을 품을 수도 있겠지만 법이 그런 걸 어떡하느냐”라면서 “우린 ‘가불기’(가드가 불가능한 기술)에 걸렸다. 진범인데 압수 안 하고 그냥 보내줬다간 징계를 받는다. 협조 안 해서 체포했는데 혐의없음으로 드러나면 민원을 받는다. 그래도 민원을 받는 게 낫다. 그러니 협조 좀 해달라. 부탁한다”고 했다.

글을 읽은 경찰 B 씨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B 씨는 “몰카 의심 신고가 발생했을 때 우리도 한 시간씩 남의 휴대폰 잡고 있고 싶지 않다. 매뉴얼 대로 진행한다”라며 “1분이면 확인할 수 있는데 신고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뭉개면 뒷일이 더 커진다”고 했다.

그는 “자기 여자친구나 와이프가 몰카에 찍혔는데 출동한 경찰관이 ‘남의 핸드폰은 함부로 확인 못해요. 쏘리’라면서 확인도 안 하고 넘어갔다면 열이 안 뻗치겠나”라고 묻고 “진짜로 몰카 찍었을지도 모르는 X을 그냥 놔주면 직무유기로 고발당해서 조사받으러 다니고 징계를 먹어야 한다. 경찰 기강이 해이하다고 언론에서도 욕을 먹는다. 당연히 확인하고 서로 협조하는 게 피해를 안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