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심각...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영화와 드라마가 불법건축물에서 촬영되고 있다

2024-07-0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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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스튜디오가 K-콘텐츠를 망친다] ① 얼마나 심각한가

파주시를 비롯한 경기 북부지역은 K-콘텐츠 산실로 불린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상당수가 이곳의 스튜디오에서 촬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K-콘텐츠의 제작 중심지라는 칭찬은 그저 허울 좋은 말일 뿐이다. 대부분의 스튜디오가 불법 건물이란 음습한 이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드라마와 영화들이 불법 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K-콘텐츠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단 말이 나온다. 왜 이런 문제가 벌어졌는지, 지금이라도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짚고자 한다. <편집자 주>

2014년 12월 13일 경기 연천군 전곡읍에 위치한 JTBC 드라마 '하녀들' 세트장에서 불이 나 드라마 제작진 1명이 사망한 바 있다. / 뉴스1(독자 제공)
2014년 12월 13일 경기 연천군 전곡읍에 위치한 JTBC 드라마 '하녀들' 세트장에서 불이 나 드라마 제작진 1명이 사망한 바 있다. / 뉴스1(독자 제공)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영화와 드라마가 불법 스튜디오에서 촬영되고 있다. 파주시 등 경기 북부지역에 있는 공장과 창고의 상당수가 불법 스튜디오로 쓰임에도 지자체와 소방당국이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놨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등이 히트하며 K-콘텐츠 위상이 높아지면서 북부권을 중심으로 경기 지역에 드라마와 영화를 촬영하는 스튜디오가 잇따라 세워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 스튜디오의 상당수가 불법이라는 점이다.

파주시 탄현면의 B스튜디오는 건축물대장상 제2종근린생활시설임에도 분장실, 대기실, LED 월, 전동바텐을 갖춘 영상 스튜디오로 쓰인다. 근린생활시설이란 주택가와 인접해 주민의 생활 편의를 돕는 시설이다.

파주시 월롱면의 C스튜디오도 마찬가지다. 건축물대장상 창고인 이 건물은 지미집, 음향시설, 모니터 등 방송장비를 갖춘 영상 제작센터로 쓰인다.

파주시뿐만이 아니다. 경기 북부권에 있는 여러 창고나 공장이 스튜디오로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의 D스튜디오는 건축물대장상 창고이지만 분장실, 주차장, 화장실, 샤워실, 기사대기실 등을 갖춘 드라마 촬영 세트장으로 이용된다. 유명 OTT 시리즈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위반 건축물로 적발됐음에도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역시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에 있는 E스튜디오는 원래 물류창고였지만 스튜디오로 이용된다. 분장실, 대기실, 의상실, 회의실을 갖췄다.

한국영화 역사상 최단기간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의 촬영에 참여한 F스튜디오는 가평군과 남양주시에서 각각 창고와 공장으로 허가를 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K콘텐츠를 대표하는 유명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의 상당수가 불법 스튜디오에서 촬영되고 있다. 전 세계를 주름잡는 K-콘텐츠의 민낯은 이렇게 낯 뜨겁다. 일각에선 경기 북부권 스튜디오의 절반 이상이 불법 건축물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경기 지역에 있는 허가받은 스튜디오는 50여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스튜디오가 모두 불법인 셈이다.

불법 스튜디오는 화재 위험을 안고 있다. 화재, 불꽃 등 특수한 상황이나 효과를 연출해야 해 가연성 물질과 용접기, 대형 조명 등 전기 기구의 사용이 잦기 때문이다. 용도 자체부터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화재 감지기, 방염 시설, 피난구조설비를 갖추지 않은 불법 스튜디오에서 불이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고가 방송 제작 시설이 갖춰진 까닭에 많은 재산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

유명 배우들과 제작진이 인명 피해를 입는 불상사도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스튜디오 화재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2014년 경기 연천군 전곡읍에 있는 JTBC 드라마 '하녀들'의 세트장에서 큰 불이 나 1명이 사망하고 약 44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2012년엔 경기 부천시에 있는 드라마 세트장에서, 2011년엔 전남 순천시 드라마 세트장에서, 2010년엔 파주시 드라마 세트장에서, 2009년엔 광주 북구 영화 세트장에서, 2006년엔 강원 속초시 드라마 세트장에서 불이 난 적이 있다.

불법 스튜디오가 난립하는 이유는 뭘까. 업계는 인력이 부족하단 이유로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은 지자체, 화재 위험이 큰 불법 스튜디오를 단속하는 대신 합법 스튜디오를 대상으로 안전 컨설팅을 실시하는 소방당국, K-콘텐츠 확산을 위해 사실상 불법 스튜디오를 조장하는 정부로 인해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됐다고 지적한다. <시리즈 2편으로 이어집니다>

[정정보도] ‘불법 스튜디오가 K-콘텐츠를 망친다’ 연재 기사 관련

본보는 지난 7월 8일부터 7월 18일까지 사회면에 ‘불법 스튜디오가 K-콘텐츠 를 망친다’라는 제목으로 파주시 회동길에 위치한 디엔디라인SFX 스튜디오가 용도에 맞지 않는 불법 건축물이라는 취지로 해당 업체의 사진을 게재해 연재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해당 건축물은 파주출판문화정보국가산업단지 내 산업시설구역에 위치한 건축물로,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동법 시행령 및 『파주출판문화정보국가산업단지 관리기본계획』에 의거해 영화, 방송 및 기타공연·전시 관련 산업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적법함이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