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느닷없는 협약해지 결정... CJ라이브시티 사업 백지화 수순

2024-07-07 12:41

add remove print link

경기도 일방적 사업 협약 해제에 항의하는 청원도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조감도 / 한화건설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조감도 / 한화건설
CJ그룹이 야심 차게 추진한 CJ라이브시티 조성 사업이 경기도가 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 8년 만에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됐다.

CJ라이브시티는 CJ그룹 계열사인 CJ ENM이 주도하여 경기 고양시에 건설하려 한 대형 복합문화시설이다. 문화, 공연,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지로서 다양한 이벤트와 활동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복합단지다.

약 2조원을 투자해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에 33만㎡(약 10만 평) 규모로 초대형 아레나, 글로벌 콘텐츠 비즈니스 타운, 친환경 생태 공간, 숙박시설, 관광시설 등을 짓는 것이 사업의 골자다.

향후 10년간 생산 및 부가가치 약 30조 원, 9000여 명 일자리 창출, 연간 1조 7000억 원이 넘는 소비 파급 등의 낙수 효과가 예상되는 사업이다.

CJ는 지난 8년간 부지 매입 등으로 7000억 원이 넘는 돈을 쏟으며 이 사업에 공을 들였지만 물거품이 됐다. 경기도가 ‘한류 콘텐츠산업 육성 및 관광단지 활성화를 위한 지역발전・상생협약’을 파기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협약 해제 이유에 대해 “2016년 5월 기본협약을 체결한 이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4차례나 계획 변경에 합의하고 완공 기한이 경과했음에도 협약을 해지하지 않고 사업의 지속 추진을 위해 적극 협조해 왔지만, 사업 시행자가 지체상금 감면 등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하며 입장을 변경해 합의가 불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CJ 측은 경기도의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CJ는 한국전력공사가 대규모 전력을 공급할 수 없다고 통보하고 한류천(수변공원) 수질 개선 공공사업이 지연되는 등 사업을 그대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국토교통부 민관합동 PF(건설투자사업) 조정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했다. 조정위는 ‘완공기한 연장’ '지체상금 감면'이 골자인 조정안을을 의결해 감사원에 사전컨설팅을 의뢰했다. 그런데 경기도가 갑자기 배임·특혜 우려 등 행정 부담을 이유로 조정안에 동의하지 않고 협약 해제 통보를 강행했다는 것이 CJ 쪽 주장이다. 지체상금이란 계약기간 내에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채권자에게 지불하는 금액이다.

CJ 관계자는 “그간 지체상금 납부를 포함한 조정안 수용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힘과 동시에 경기도에 확고한 사업 추진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혔지만 사업 협약해제 통보를 받고 사업이 종료되는 상황을 맞았다”고 밝혔다.

CJ라이브시티 사업이 좌초하면서 경기 남부와 견줘 상대적으로 개발에서 소외됐던 경기 북부 및 고양시 주민의 오랜 염원이 물거품이 됐다.

청원 동의자가 1만명이 넘으면 도지사가 공식 답변을 해야 하는 ‘경기도청원’엔 경기도의 일방적 사업 협약 해제에 항의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7일 기준 7000명 가까이가 청원에 동의하며 최다 추천을 받았다.

고양시 주요 지역 커뮤니티에선 1000억 원 지체상금 때문에 30조 원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좌초시킨 경기도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K-컬처 기업의 아레나가 들어서길 기대한 주민을 중심으로 민간개발을 좌초시키고 공공개발을 추진하는 경기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의 협약 해제는 다른 지자체의 행보와 비교된다는 점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CJ라이브시티가 사업 협약 종료 통보를 받은 바로 다음 날 서울시 지원을 등에 업은 카카오는 음악 전문 공연장인 서울아레나의 착공식을 열었다. 카카오가 주가 조작 등 혐의로 사정·금융당국의 조사를 받는 와중이었지만 서울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예정대로 착공하게 됐다.

지자체 지원을 업은 미국계 카지노 리조트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사례도 씁쓸함을 안긴다.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2016년 CJ라이브시티와 같은 시기에 출발했지만 CJ라이브시티보다 먼저 개장하며 국내 1호 아레나 타이틀을 잡았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었다. 실제로 인스파이어는 2021년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투자 계획 변경 및 사업 변경을 사유로 39개월이나 지체상금 없이 완공기한 연장 승인을 받았다.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연장 승인 및 지체상금 면제를 통해 사업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 유치를 원활하게 진행했다. 이에 따라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이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민관합동으로 추진된 사업임에도 관의 제도적·행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해 7000억 원을 허공에 날리게 된 CJ의 관계자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남아 있지 않다”라며 “너무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조감도 / 한화건설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조감도 / 한화건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