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대참사' 경찰 부실 수사 정황 또 포착, 다소 심각한 수준이다

2024-07-0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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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사고 19분 뒤 회사 동료와 두 차례나 통화

서울 시청역 대형 교통사고 가해자의 음주 측정이 사고 발생 직후가 아닌 97분 뒤에야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저녁 서울 중구 시청역 부근에서 60대 남성이 몰던 차가 인도로 돌진해 최소 13명 사상자가 발생, 경찰들이 출입 통제를 하고 있다. / 뉴스1
1일 저녁 서울 중구 시청역 부근에서 60대 남성이 몰던 차가 인도로 돌진해 최소 13명 사상자가 발생, 경찰들이 출입 통제를 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1일 오후 9시 30분께 시청역 대참사 가해자(68)의 음주 측정이 사고가 발생한 지 97분 뒤 이뤄졌다고 조선일보가 5일 단독 보도했다.

경찰은 사고 직후 "현장에서 음주 측정을 한 결과 음성이 나왔다"라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매체에 따르면 경찰은 사고 97분 뒤인 오후 11시 3분, 가해자가 갈비뼈 통증을 호소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하게 한 뒤에야 음주 측정을 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죽는 듯한' 고통을 호소해 위독하다고 판단했다"라며 "갈비뼈 골절로 숨도 못 쉬는 상황이라서 도저히 음주 측정기를 볼 수가 없었다"라고 매체에 설명했다.

하지만 가해자는 사고 19분 뒤인 오후 9시 45분부터 자신이 근무하는 버스 회사 동료와 두 차례나 전화했다. 통화에서 그는 "형, 이거 급발진이야" 등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출동한 경찰관이 피의자가 그사이 통화를 했는지 알 수가 없다"라며 "우리가 의사는 아니지 않나"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피의자가 사고 직전 방문한 호텔 내 감시 카메라를 통해 그의 동선과 음주 여부도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음주 측정은 반드시 사고 직후 해야만 신뢰성이 보장된다. 음주 사고 직후 도주하거나 측정 거부를 할 경우 시간이 지나며 혈중알코올농도가 낮아진다. 이에 따라 가해자가 객관적으로 음주 측정이 불가능한 상태였는지 회사 동료와 통화 녹음 등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청역 인근에서 13명의 사상자를 낸 60대 운전자가 입원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진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관할 파출소 경찰관이 순찰을 하고 있다. / 뉴스1
서울시청역 인근에서 13명의 사상자를 낸 60대 운전자가 입원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진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관할 파출소 경찰관이 순찰을 하고 있다. / 뉴스1

앞서 경찰은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입장을 번복해 부실 수사 지적을 받았다. 경찰은 "마지막 사고 지점, 마지막 정지 지점에서 스키드 마크를 확인했다"라고 해놓고 회견 종료 30분 뒤 스키드 마크가 아닌 기름 자국이었다고 번복했다. 급발진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결정적 단서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발표한 셈이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