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혈액형이 이상해 아내에게 친자검사를 하자고 하니 이혼하잡니다”
2024-07-0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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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AB형, 남편은 O형... 그런데 O형 아들이 태어났다
극히 드물지만 AB형과 O형의 사이에서 O형 태어날 수도

‘친자검사 하자니 이혼하자는 아내’란 제목으로 3일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에 댓글이 수백 개나 올라오고 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글쓴이 아내가 최근 출산했다. 아들이었다. 아이 혈액형은 O형. 글쓴이는 아내에게 친자검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자기 혈액형은 O형이고 아내 혈액형은 AB형. 과학적으로 O형 아들이 나올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자 아내는 “날 뭘로 보느냐. 너무 치욕스럽다. 아이 혈액형이 O형인 거 안 보이냐. 네 아이 맞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아내가 병원에서 출산을 했거든. 아이가 아들인데 혈액형이 O형이더라고. 내 혈액형은 O형이고 아내는 AB형이란 말이야. 그래서 나는 ‘아이가 바뀐 거 같다. 친자 검사 해보자’라고 했어. 근데 아내가 ‘날 뭘로 보느냐’고 ‘너무 치욕스럽다’고 했어. ‘아이 혈액형이 O형인 거 안 보이냐. 네 아이’라고 했어. 그러면서 계속 이혼하자고 하는 거야. 나는 ‘네가 AB형이라서 절대로 O형이 나올 수가 없다. 아이가 바뀐 거 같다’고 하는데도 말이 안 통해. 나 어떻게 해야 해?”
부모가 각각 AB형과 O형일 경우 가능한 자녀 혈액형은 A형 또는 B형이다. AB형 부모가 A와 B 유전자를, O형 부모가 O 유전자를 각각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보면 자녀가 바뀌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는 셈이다. 아내가 ‘날 뭘로 보느냐’, ‘너무 치욕스럽다’라고 말할 일이 아니다. 남편은 아내가 불륜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서 “일단 애가 바뀌거나 혈액형 검사가 잘못된 것 같다. 엄마가 AB이면 혈액형이 무조건 A나 B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둘 다 없으면 잘못된 것이다”, “엄마가 AB형면 자식에게서 O가 나올 수 없다”, “주변을 보면 자기 혈액형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더라. 일단 혈액형 검사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 등의 반응이 나온다. 일부 누리꾼은 워낙 사연이 특이한 까닭에 주작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로도 사연이 퍼지면서 화제를 모은 까닭인지 글이 게시된 지 하루 만에 250개가 넘는 댓글이 올라왔다.
극히 드물지만 AB형과 O형의 사이에서 O형이 태어날 수도 있다.
시스-AB(cis-AB) 혈액형이란 게 있다. ABO식 혈액형의 돌연변이다. 1985년 가계도 조사를 통해 전남에서 발견된 것을 시초로 현재까지도 전남 및 일본 북규슈 지역 일부에 분포하는 희귀 혈액형이다.
시스-AB형처럼 혈액형이 특이한 사람들은 상식적인 혈액형 유전법칙을 벗어난다. 이 때문에 가족 간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일반적인 AB형이 O형과 결혼하면 A형과 B형 자녀만 나오지만 시스-AB형과 O형이 결혼하면 AB형이나 O형이 나올 수 있다.
시스-AB형의 경우 A, B 항원 중 한쪽의 항원성이 약하게 나타나 혈액형 검사 때 AB형이 아니라 A형이나 B형으로 진단되기도 한다.
보통 시스-AB형은 부모 중 한쪽에서만 AB형 유전형질을 물려받아 만들어진다. 그런데 2015년 한국에선 처음으로 돌연변이에 의한 시스-AB 혈액형이 발견된 적이 있다. 당시 29세였던 여성이 난소낭종 수술을 위해 병원을 들렀다가 혈액검사에서 시스-AB형이란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여성은 부모에게서 시스-AB 유전자를 물려받지 않았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일반 B형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본인에게서 처음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해 생긴 시스-AB형을 확인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