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한테 미안하다는 의사, 휴직 대신 '단식'

2024-07-0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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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3일부터 단식 투쟁 중

'휴진' 대신 '단식'을 선택한 의사가 있다.

3일 동아일보는 고범석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 인터뷰를 보도했다.

고 교수는 지난달 23일부터 단식 중이다. 물, 소금, 커피만 섭취하고 있다.

그는 “단식 후 허리둘레가 약 4인치(약 10cm) 줄었고 몸 구석구석에서 통증이 느껴지지만 건강에는 큰 지장에 없다”고 전했다.

고 교수가 단식을 결심한 데는 한 댓글이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인터넷에서 ‘의사들은 자기 몸이 아까워 삭발도 안 하고 단식도 안 한다’는 댓글을 봤다”며 “생각해보니 의료공백 사태 후 환자와 전공의, 미화원 등 다들 힘들어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암 환자들이 “암세포가 전신에 퍼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아 며칠이라도 진료일을 앞당겼으면 한다”고 하소연하는 모습을 보고 고통 분담 차원에서 단식을 결심했다고도 덧붙였다.

고 교수의 단식 1원칙은 '환자에게 피해주지 않기'다.

고 교수는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 커피를 들이켜 컨디션을 100% 가깝게 끌어올린 후 수술을 하고 있다”며 “스스로 판단해 진료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때까지 환자들을 진료할 것”이라고 했다.

고 교수는 “단식을 통해 정부의 태도가 바뀔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지금처럼 의대 정원이 대폭 늘면 교육이 불가능하다. 의대 교육 현장이 파국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가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가 한 발짝만 물러서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앞서 아산병원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문 후 필수 의료과 교수가 사직 의사를 밝히는 일이 벌어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지난 3월 19일 뉴스1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최세훈 부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을 게시하며 심경을 고백했다.

최 교수는 글을 통해 "매일 악몽을 꾸는 것만 같다. 불과 한 달 만에 이 땅의 의료가 회복 불능으로 망가져 버렸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고 패닉 상태임을 알렸다.

그는 "불과 1달 전 우리 팀이 전부 있었을 때에는 어떤 환자가 와도 무서울 것이 없었다. 이제는 환자를 보는 것이 무섭고 괴롭다"며 "여건이 안 되어 그 환자를 치료하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의사를 초라하게 만드는 지 절감하고 있다"고 괴로워했다.

또 "외래에서 환자에게 '나도 미치겠다. 우리 팀만 다 있었으면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도저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울컥 말을 내뱉고 제가 더 놀랐다"고 울분을 토했다.

최 교수는 "몸이 힘든 것이야 큰 문제는 아니다. 정신이 너무 힘들다. 전공의, 전임의가 사직한 후 제가 혼자서 수술할 수 있는 환자는 이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의료 현장이 더 이상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망가졌다고 전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