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런 비극이…민원 폭탄 시달리다 숨진 장학사가 학부모에게 들은 말 (녹취록)

2024-07-0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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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숨진 채 발견된 40대 여성 장학사와 민원 제기한 학부모의 통화 내용

최근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중 숨진 채 발견된 부산시교육청 소속 장학사가 학부모와 나눈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을 일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전경 / 뉴스1
부산시교육청 전경 / 뉴스1

지난달 27일 경남 밀양에서 숨진 채 발견된 부산시교육청 장학사 A(48·여) 씨가 학부모에게 반복적인 민원과 함께 갑질을 당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더팩트가 3일 단독 보도했다.

A 씨는 병가를 내고 지난달 26일 출근하지 않자 그를 걱정한 동료들의 신고로 경남 밀양에 있는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부산교육청에 따르면 A 씨는 부산 한 학교의 내부형 교장 공모제가 취소된 이후 제기된 민원에 힘들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A 씨는 국민신문고, 부산시교육청 게시판, 내부 개인망, 사무실 내선전화, 항의 방문 등 다양한 방식으로 민원을 받았으며 다른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A 씨의 사망 원인으로 추정되는 학부모 악성 민원 내용이 녹취록에서 드러났다.

더팩트에 따르면 12분 58초짜리 통화 내용이 담긴 해당 녹취록에서는 한 학교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 위원장 B 씨가 반복적인 민원을 제기한 정황이 포착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B 씨는 "민원 처리가 지금 전혀 안 되고 있다", "저희들이 보낸 민원 처리가 전혀 안 되고 있어 전화를 드렸다"라고 말했다. 이에 A 씨가 "답변은 현재 준비 중이다. 비슷한 내용의 민원이 다수 접수돼 분류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답변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라고 응대했다.

또 B 씨는 민원 핵심 내용인 '교장 공모제 미지정'과 관련해 부산시교육청의 심사 내용을 공개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심사 중인 내용은 누구에게도 공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B 씨는 "찬성률이 몇 프로 이상 돼야지만 공모제 지정이 가능하냐", "내부적으로 몇 프로를 보고 있나"라고 물었다. A 씨는 "내부적으로 심사와 관련 기준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 "다만 학교에서 제출한 찬성률, 의견 수렴에 참석한 인원 비율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라고 답했다.

B 씨는 감정적인 언사를 섞으며 대놓고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A 씨 입장에서 충분히 위축될 만한 발언이었다.

매체에 따르면 B 씨는 "이게 계속 반복이 돼서 이제 화가 난다", "또 장학사님이 설명을 했는데 자꾸 또 재차 질문을 하니 소통이 잘 안되는 것 같다", "오늘 온 공문도 보니까 내용이 20일이 지난 상황에도 똑같이 왔다. 복사해서 붙인 것이냐", "완전히 무시를 하던데 그냥 네가 아무리 떠들어봐라. 우리 해주는 거야. 이런 뉘앙스더라", "그럼 이거 더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저희도 교육감 찾아가야 하느냐", "교육감을 만나는 절차를 알려 달라" 등 다소 위협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이러한 통화 내용이 공개되며 일각에서는 A 씨가 사망한 가장 큰 이유로 악성 민원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한 유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A 씨가 생전 교장 공모제 미지정 재검토 요구 관련 민원에 관해 고충을 토로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부산시교육청은 현재 해당 학교의 내부형 교장 공모제 처리 과정과 민원 제기 및 응대 과정 등 전반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