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좀 이상하네” 한 고등학생이 시청역 사고 현장에 남긴 추모글 논란

2024-07-03 07:51

add remove print link

네티즌들, 추모 표현으로 적절치 않다며 지적

한 고등학생이 시청역 차량 돌진 사고 현장에 남긴 추모글이 갑론을박에 휩싸였다.

2일 지난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7번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2일 지난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7번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일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고 현장 / 연합뉴스
지난 1일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고 현장 / 연합뉴스

지난 1일 오후 9시 30분께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돌진한 차량에 치여 9명이 숨을 거둔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추모글이 논란을 일고 있다.

사고 다음 날인 지난 2일 사고가 수습된 현장에 많은 시민이 방문했다. 폭우 속에서도 억울하게 숨진 9명을 기리기 위한 시민들의 추모 행렬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지난 1일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7번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 추모객들이 남긴 국화꽃이 쌓여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일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7번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 추모객들이 남긴 국화꽃이 쌓여 있다. / 연합뉴스
2일 지난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7번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 방문한 학생이 묵념하고 있다. / 연합뉴스
2일 지난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7번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 방문한 학생이 묵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화 송이들이 놓인 자리에는 점차 많은 국화 다발이 쌓였다. 시민들은 국화 앞에서 묵념을 하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특히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 고등학생이 손수 쓴 추모글이 화제가 됐다. 이 학생은 자신을 "근방 학교 다니는 학생"이라고 소개했다. 이 학생이 작성한 추모글은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을 일었다.

추모글에 고인의 명복을 빌거나 유가족에게 안타까움을 표하는 문장 말고도 추모를 표현하기에 다소 의아한 문장도 있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고등학생의 추모글 / 연합뉴스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고등학생의 추모글 / 연합뉴스

추모글에는 "어쩌면 퇴근 후 밥 한 끼 먹고 돌아가고 있던 그 길에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유명을 달리한 9명의 명복을 빈다. 어제 집에 돌아가면서 아빠 생각을 많이 했다. 나의 아빠와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이 차마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진다"라고 쓰여 있었다.

또 "오늘 아침,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처음으로 아침부터 1시간 반 거리를 운전해 학교에 데려다주신 아빠에게 심심한 감사 인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심에 감사드린다. 그곳에서는 여기서 못 누렸던 부귀영화들을 마음껏 누리고 사시길 바라며 유가족분들께도 평화와 안정이 가득하길 바란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를 접한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네티즌들은 추모글의 몇몇 문장이 적절하지 않다며 불편해했다.

이들은 "네티즌들이 단순하게 그냥 시비 거는 건 줄 알았는데 본인 아버지한테 인사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건 도대체 뭔 소린가 싶다", "솔직히 내가 유가족이었으면 '왜 내 가족의 죽음이 너의 감사함을 일깨우는 데 소모돼야 하냐'라고 생각할 거 같은데", "말이 좀 이상하네", "상황에 맞게 써야지. 뜻이 그렇지 않는다고 더 단어를 쓰는 게 맞을까. 단어 선택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는 건데. 유가족들이 느끼기에 불쾌할 것 같은데. 뜻은 위로여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불쾌하면 잘못됐지" 등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참 불편한 사람 많다", "'다녀올게' 인사하고 떠난 사람을 기다리는데 '다녀왔어'라는 인사를 못 듣는 남겨진 자들이 얼마나 슬플까", "그냥 의도만 보자. 저 친구가 뭐 정치하는 사람도 아니고 뭘 안 좋게만 보나", "학생의 마음이 글씨체만큼 예쁘구먼. 삼가 조의를 표한다", "기자가 기사 쓴 것도 아니고 그냥 근처 사는 고등학생이 추모의 의미로 종이 하나 붙여 놓은 건데 워딩 하나하나 따질 필요가 있나", "어린 학생 생각이 얼마나 깊고 진정성 아니 진실함이 묻어 있냐. 나이만 먹고 똥이나 만드는 사람들은 반성 좀 해라" 등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