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다 비싼 '한우 씨수소 정액' 훔쳐 달아난 30대 남성의 최후

2024-06-2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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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징역 1년 6개월 선고

축산 연구소와 농가에 침입해 금값 시세 못지않게 비싼 한우 씨수소의 고가 정액 샘플 수백 개를 훔친 30대 남성이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남원지원 형사 제1단독(판사 이원식)은 야간건조물침입절도 혐의로 기소된 A(34)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한우농가에서 키우고 있는 한우의 모습. / 뉴스1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한우농가에서 키우고 있는 한우의 모습. / 뉴스1

A 씨는 지난 3월 8일 오후 7시 34분께 전북 장수군 소재 한우 연구소에 몰래 침입해 씨수소 정액 샘플 252개를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3월 5일 울산 울주군의 한 한우 농가에서도 유사한 수법으로 정액 60개를 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정액 변질을 막기 위해 미리 휴대용 액화 질소 용기를 준비했으며, 경찰 추적을 피하고자 방범 카메라 저장장치도 훼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그는 훔친 정액의 일부를 주변 농가에 개당 150만 원씩 팔아 불법 인터넷 도박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훼손된 정액은 20년간의 연구 결과물로, 금보다 더 가치 있는 자산"이라며 "수많은 세대에 걸쳐 개량한 씨수소 정액을 잃어버리게 돼 큰 손실"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 관계자 역시 "정액 도난 사건의 피해액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고가의 물품"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A 씨가 과거에도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집행유예 기간에 다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고려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의 범행은 단순한 재산범죄를 넘어 축산 분야 연구 성과물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죄책이 크다"며 "집행유예의 취지가 이미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A 씨는 지난해 9월에도 대전에서 유사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런데도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본 연구소와 농가 측은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며 A 씨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그들은 "고가의 씨수소 정액은 농가 경영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측은 "A 씨의 범행은 단순 절도를 넘어 축산 기술 발전과 농가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며 "유사 범죄 예방을 위해서라도 실형이 필요하다"고 재판부에 촉구했다. 결국 재판부는 A 씨의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해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한편 한우 씨수소 정액은 한우의 육량과 육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귀중한 자원으로, 통상적으로 우수한 혈통의 씨수소 한 마리를 키우는데 10억 원 이상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씨수소 정액은 농협 한우 개량사업소를 통해 판매되며, 바나나우유 빨대 1개 정도의 양이 5000~10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home 김태성 기자 taesung1120@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