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화장실 성범죄 사건' 일파만파... 결정적인 CCTV와 녹취록 공개됐다 (영상)

2024-06-2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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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로 몰린 남성의 어머니, 피해 입었다고 주장하는 여성과 나눈 대화 공개

사건이 벌어진 화장실의 입구를 비추는 CC(폐쇄회로)TV와 사건이 벌어진 화장실의 입구. / 'kimwontv' 유튜브 영상 캡처
사건이 벌어진 화장실의 입구를 비추는 CC(폐쇄회로)TV와 사건이 벌어진 화장실의 입구. / 'kimwontv' 유튜브 영상 캡처
‘동탄 화장실 사건’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동탄 화장실 사건’은 20대 남성 A 씨가 남자 화장실을 이용했다가 성범죄자로 몰린 사건을 뜻한다. 경기 화성시 화성동탄경찰서가 A 씨를 성범죄자로 낙인찍고 수사를 진행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어떻게 불거졌나

이 사건은 24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경기도 동탄의 한 아파트 헬스장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다가 성범죄자로 몰려 억울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면서 공론화됐다.

대학교 휴학생인 A 씨에 따르면 이날 한 경찰이 자신의 집 앞에서 다짜고짜 "어제 아파트 헬스장에 갔냐"고 물었다. A 씨가 그렇다고 하자, 경찰은 성범죄 신고가 접수됐다고 겁을 줬다. 경찰은 전날 오후 5시쯤 아파트 헬스장 여자 화장실에 남성이 들어와 여성이 용변 보는 걸 엿보고 갔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화장실에 들어간 사람의 인상착의가 A 씨와 일치한다고 했다.

A 씨는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아파트 운동센터 화장실은 남녀가 구분돼 있고 남자 화장실에는 소변기가 있어 착각할 수가 없다"며 "모르는 일이라고 하는데도 경찰은 이미 나를 범죄자인 것처럼 무시하고 반말했다"고 주장했다.

■ 경찰에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

A 씨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경찰은 "학생이야? 군인이야?", "지금 나이 몇 살이야"라고 반말을 했다.

A 씨는 사건 번호를 확인하려고 경찰서를 찾았을 때, 응대하던 경찰관이 "떳떳하시면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경찰이 무죄 추정 원칙을 내팽개쳤다는 비판이 나왔다. 경찰이 A 씨를 성범죄자로 낙인찍고 수사를 진행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잇단 항의에 화성동탄경찰서는 여성청소년과장 이름으로 입장문을 발표해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누구도 억울하지 않도록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했다.

여성과 A 씨가 화장실에 들어간 시간과 나온 시간. /  'kimwontv' 유튜브 영상 캡처
여성과 A 씨가 화장실에 들어간 시간과 나온 시간. / 'kimwontv' 유튜브 영상 캡처

■ A 씨 변호인 “경찰이 성범죄자 취급”

A 씨 변호인인 남언호 변호사(빈센트 법률사무소)는 26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경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남 변호사는 “CCTV 영상에 따르면 A 씨는 오후 4시쯤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지하 헬스장으로 운동을 하러 갔다. 오후 5시 11분쯤 여성이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약 1분 30초 후인 오후 5시 13분쯤 A 씨가 남자 화장실에 들어갔다. 약 30초 뒤인 오후 5시 14분쯤 여성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약 1분 뒤인 오후 5시 15분쯤 A 씨가 화장실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그런데 사건 발생 다음날 화성동탄경찰서의 수사관들이 A 씨를 찾아와 피해자가 여자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들어와서 엿보았다는 내용으로 신고를 했다며, 'CCTV를 확인해 보니까 본인이 확인됐어'라고 단정지었다"고 밝혔다.

그는 "A 씨가 '일단 지금 제 입장을 말씀...'이라고 하며 설명을 하려고 하자, 수사관들은 '말씀드리기 전에 일단 신분증 확인해', '나중에 다 보여드리겠다'라며 A 씨의 진술을 차단했다. A 씨가 '그냥 바로 이렇게 가시는 것인가'라고 묻자, '아니 다시 하는 거야. 다시 너 조사받을 거야. 우리가 연락할 테니까 그때 시간 조율을 맞추면 돼'라는 말만을 남기고 현장을 떠났다"고 했다.

남 변호사는 "혐의 근거로 확인했다는 CCTV 영상의 방향은 화장실 입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건물 현관 쪽을 향하고 있다. 영상에는 A씨와 여성이 화장실 쪽으로 향하는 모습만 확인될 뿐 남녀 중 어느 화장실로 들어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경찰이 여성의 초기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했고 A 씨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A 씨에게 다그치듯 말했다. 또한 피혐의 사실에 대한 제대로 된 변명의 기회도 주지 않고 입건 및 추후 출석할 것을 요구하는 등 실질적으로 성범죄자로 취급했다"고 지적했다.

■ A 씨 어머니가 여성과 나눈 대화에는...

일부 누리꾼은 여성이 A 씨 어머니에게 한 말을 보면 A 씨는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kimwontv'는 27일 A 씨 어머니가 여성과 나눈 대화가 담긴 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방송에 따르면 A 씨 어머니는 정말 성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장소인지 확인하기 위해 문제의 화장실에 들렀다가 나오다 성범죄를 당했다고 신고한 여성을 만났다.

A 씨 어머니는 여성이 아파트 사무소 앞에서 지나가는 주민을 향해 "여기 또라이 남자가 있다. 변태가 있다"라고 말하는 걸 목격했다. A 씨 어머니는 행인인 척 위장하고 여성과의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

A 씨 어머니가 범인의 인상착의가 어땠는지 묻자, 여성은 키가 172cm 정도라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그는 범인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와 바지를 내린 채 웃으며 성기를 만지면서 자기 가슴을 향해 손을 뻗었다고 했다. 또 남성 성기를 발로 찼더니 후다닥 도망쳤다고 했다. 이 같은 언급은 화장실 쪽을 비춘 CCTV에 촬영된 영상과 배치된다. 영상에는 여성이 A 씨보다 먼저 나가는 모습이 담겼기 때문이다.

JTBC ‘사건반장’도 같은 날 방송에서 여성이 신고 당시 한 진술과 A 씨 어머니에게 한 말이 상충되는 점, CCTV 분석상 시간의 선후 관계가 불일치하는 점을 지적했다.

유튜브 채널 'kimwontv김원'에 27일 올라온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