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살려내라" 유족 절규에 아리셀 대표가 고개 숙이며 꺼낸 대답

2024-06-2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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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책이나 조치를 취해도 여러분 마음에 들지는 않겠다"

화성 화재업체 아리셀 대표가 유족들을 만났다.

27일 오후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화성시청 모두누림센터를 찾았다. 화재 사고 사망자 유족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이다.

유족들을 대면한 박 대표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번 참사에 대해 저와 우리 회사 모두 평생을 안고 가야 할 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 장례나 나머지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27일 오후 경기 화성시 모두누림센터에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유가족을 만나 사과하고 있다./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27일 오후 경기 화성시 모두누림센터에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유가족을 만나 사과하고 있다. / 뉴스1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27일 오후 경기 화성시 모두누림센터에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유가족을 만나 사과하고 있다./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27일 오후 경기 화성시 모두누림센터에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유가족을 만나 사과하고 있다. / 뉴스1

이어 "어떤 대책이나 조치를 취해도 여러분 마음에 들지는 않겠다"면서 "하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한 유족은 "이제서야 여기에 와서 무슨 사과를 하냐"며 "대책도 없이 찾아와 고개를 숙일거면 내 아들을 살려내라"고 항의했다.

박 대표는 "유명을 달리한 고인들을 모시는게 시급하다"면서 "장례비용은 저희가 일체 부담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표는 분향소가 마련된 화성시청에 먼저 방문했다.

하지만 유족 측 지인이 사과를 막으면서 유족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박 대표는 건물 주차장에서 일부 유가족을 만나 사과를 전했다.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수습한 사망자 23명 전원에 대한 부검이 실시된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27일 오후 경기 화성시 모두누림센터에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유가족을 만나 사과하고 있다. / 뉴스1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27일 오후 경기 화성시 모두누림센터에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유가족을 만나 사과하고 있다. / 뉴스1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지난 26일 "전날 오전 합동감식 직전 현장에서 추가로 발견된 시신에 대해 금일 오전 중 명확한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타까운 소식이 연달아 전해지는 가운데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사망자 23명에 현직 기자의 배우자가 포함돼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6일 충북인뉴스에는 ‘참사를 취재하던 기자가 유가족이 되었습니다’라는 게재됐다.

이 글을 쓴 기자는 “사회적 참사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 줄 미처 몰랐다. 아침에 출근해 집으로 퇴근하지 못하는 노동자의 이야기가 바로 옆 동료 가족의 일이 될지 누가 짐작이나 했겠나”라며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로 숨진 23명 중 1명이 충북인뉴스에서 일하는 기자의 배우자로 고등학교 1학년 막내를 둔 세 아이의 아빠라고 밝혔다.

27일 오전 경기 화성시청 로비에 마련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추모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뉴스1
27일 오전 경기 화성시청 로비에 마련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추모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뉴스1

김 기자는 “어느 날 갑자기 ‘유가족’이 된 저희 동료는 사고 직전까지 오송참사를 비롯해 산재사망사고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라면서 “누구보다도 참사에 분노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현장을 누볐다. 지금 그는 화성 화재 참사 한가운데에 있다. 다만 신분이 바뀌었다. 취재를 하는 기자의 모습이 아니라 슬픔을 머금고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참사는 멀리 있지 않았다. 미처 몰랐다. 수 많은 참사를 목격하면서도 이것이 바로 나와 동료의 이야기가 될 줄은 진즉에 알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