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 ‘볼썽사나운 파행’

2024-06-2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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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찬반투표서 김선광 후보 11표 얻어 과반 미달
찬성 의원들 상임위원장 배분 갈등 2차 투표 불참
국힘 경선 패배에 불복 의장 후보 등록했다 사퇴도
김 후보지지 의원들 “국힘, 파행 주범들 제명해야”

대전시의회 본회의장 / 자료사진
대전시의회 본회의장 / 자료사진

제9대 대전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며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시의회는 26일 오전 10시 본회의장에서 9대 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을 위한 제279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열어 의장 후보에 단독 응모한 국민의힘 소속 초선인 김선광(중구2) 후보에 대한 찬반 투표를 벌였다. 김 후보는 시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 내부 경선을 통해 선출된 의장 후보다.

이상래 의장은 이날 오전 개회를 선언하자 마자 곧바로 정회를 선포했다. ‘원만한 회의 진행을 위해서’라는 게 이유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왜 정회를 하냐”며 항의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이후 오후 2시가 돼서야 가까스로 회의가 속개되면서 단독으로 의장에 출마한 김 의원의 정견발표 후 곧바로 투표가 시작됐다. 시의원 22명 전원이 참석한 1차투표 결과 김 후보는 과반에 미달하는 11표(무효 11표)를 얻는데 그치면서 곧바로 10분 간 정회 끝에 2차 투표를 하기로 했다.

김 의원은 1차 투표가 진행되기 전 이미 이 같은 결과를 예견이라도 한 듯 정견 발표에서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단상에서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2차 투표에서는 찬성 투표를 한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아 의결정족수 12명을 충족하지 못해 정회가 선포됐다. 이후 회의가 재개되지 못했다.

김선광 의원을 지지하는 소장파와 그를 반대하는 중·장년파가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결과다.

일각에서는 비주류가 상임위원장 2-3자리를 요구하고 있어 협상이 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대전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는 파행을 거듭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제9대 대전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출을 둘러싼 의원들의 행태는 스스로 의회의 ‘품격’을 떨어뜨리면서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착각에 빠지게 하고 있다. 경선 패배에 불복해 곧바로 의장 후보 등록을 했다가 자진 사퇴를 하는가 하면 단독후보 1차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이 2차 투표에는 불참해 표결 자체를 무산시키는 등 비상식적인 일들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김선광 대전시의회 의장 후보를 지지하는 시의원들이 26일 오후 의장선거를 위한 투표가 부결된 뒤 시의회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 송연순 기자
김선광 대전시의회 의장 후보를 지지하는 시의원들이 26일 오후 의장선거를 위한 투표가 부결된 뒤 시의회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 송연순 기자

2차 투표를 위해선 과반인 12명 이상의 의원이 참석해야 가능하지만 이날 사실상 무산이나 다름없다. 단독 후보로 출마한 김선광 의원이 2·3차 투표에서도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이번 회기에서의 의장 선출은 무산된다. 이 경우 시의회는 의장 후보 등록을 다시 받은 뒤, 의장 선출을 위한 회의를 다시 소집하게 된다.

한편 김 의장 후보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산회 직후 시의회 로비에서 성명을 내고 무효표를 던진 자당 후보들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며 맹비난했다.

이들은 “민주당과 야합해 의회를 파행으로 몰고가는 의원들은 시민에게 사과하고 의원직을 사퇴하라”며 “국민의힘은 파행의 주범이 된 의원들을 제명해야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자리 욕심에 눈이 멀어 동료의원과의 신의를 저버리고 원구성을 파행으로 만든 자들의 양심은 어디 있는지 묻고싶다”고 했다.

성명엔 김선광 후보를 비롯해 김영삼, 김진오, 박종선, 박주화, 이병철, 이중호, 이용기, 이효성, 이한영, 황경아 의원 등 11명이 이름을 올렸다.

home 송연순 기자 ys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