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 보면 눈물이...” 결백 주장한 밀양 성폭행 가해자, 판결문 충격 반전

2024-06-2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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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공식딜러 임모씨 “밀양 관계자로 오해받고 있다” 억울함 토로
정작 유튜버가 공개한 판결문에는 그의 범죄 사실 담겨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한 남성이 자신의 범죄수사경력회보서를 공개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을 반박하는 당시 판결문이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가해자 중 한명으로 지목된 임 모 씨가 공개한 자신의 범죄수사경력회보서 /  블로그
가해자 중 한명으로 지목된 임 모 씨가 공개한 자신의 범죄수사경력회보서 / 블로그

지난 24일 BMW 공식 딜러로 근무 중인 임 모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밀양의 불미스러운 일에 관련자로 오해받고 있어서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며 자신의 범죄수사경력회보서를 공개했다.

임 씨는 회보서에 '조회 결과 해당 자료 없음'이라고 적혀 있다며, 자신이 해당 사건과 무관함을 주장했다.

이어 그는 "문제가 된 영상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영상에 같이 언급된 신○○은 회사 선후배 관계로, 제가 입사했을 당시 선임 직원이었다"며 "같은 지역 출신에 같은 나이여서 회사 생활하는 동안 선후배로 함께 지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해당 사건 발생 시점에는 전혀 일면식도 없던 사람이었고 알고 지내면서 제가 존대를 하는 사이였다. 이것이 신○○과의 관계에 대한 전부다"라고 범죄와 관련이 없음을 강조했다.

또 "이번 일로 인해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준 제가 원망스러웠다. '아빠'하고 뛰어나오는 두 딸을 보면 계속 눈물이 났다"며 "그때마다 가족들, 친구들, 선후배님들 모두 큰 힘이 돼줬다. 심지어 회보서를 조회해 주시는 담당 경찰관도 힘내라며 제 등을 토닥여주셨다. 이러한 응원 덕분에 정신을 가다듬고 입장문을 쓸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임 씨는 "저와 가족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 근거 없는 루머와 악성 댓글에 대해서 법적 대응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면서 "저와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변호사 수임료를 초과하는 벌금에 대해서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 기부하겠다"고 부연했다.

그러자 한 유튜버가 "임 씨는 사건 '다'에 해당한다"며 당시 판결문 일부를 공개했다.

해당 판결문에는 "피의자 임○○는 2004년 5월 3일 생일 파티를 구실로 피해자 등을 밀양으로 부른 후 겁을 주는 등 위력으로", "△△공원에서 인적이 드문 원두막 부근 땅바닥에 피해자를 눕히고 옷을 벗긴 후 위력으로 1회 간음하고" 등의 문구가 담겨 있다.

이번 사건은 가해자의 거짓 주장과 실제 판결문 내용 간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 계기로 성폭력 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엄중한 처벌 필요성이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 '한공주' 포스터 / 무비꼴라쥬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 '한공주' 포스터 / 무비꼴라쥬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경남 밀양시에서 44명의 남학생이 여자 중학생 1명을 1년간 지속적으로 집단 성폭행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울산지검은 가해자 중 10명(구속 7명, 불구속 3명)을 기소했다. 20명은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나머지 가해자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아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났다. 사건은 이후 영화 '한공주'의 모티브가 됐고 드라마 '시그널'에서도 주요 소재로 다뤄졌다.

최근 유튜버들이 지난 1일부터 온라인 공간에서 가해자 신상 정보를 차례로 공개하면서 사건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안병구 경남 밀양시장이 25일 오후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20년 전 발생한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안병구 경남 밀양시장이 25일 오후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20년 전 발생한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안병구 밀양시장은 전날 오후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지역 수십 개 시민단체와 함께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관련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안 시장은 이 자리에서 "피해자와 가족들, 상처받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우리 모두의 불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밀양시는 지역사회와 손잡고 안전한 생활공간을 조성하며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안 시장은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서도 피해자의 조속한 일상 회복과 밀양시의 자정 노력에 관심을 가지고 도와달라”고 말했다.

지자체장이 자신의 임기가 아닌 수십 년 전에 발생한 과거 사건과 관련해 직접 사과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지역 이미지가 타격을 입고 밀양 혐오 분위기가 퍼지자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home 이범희 기자 heebe904@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