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 총기 사망' 이등병 괴롭힌 간부·선임병들이 내놓은 황당한 입장
2024-06-2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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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인 행위 자체는 인정하지만...”
2022년 11월 육군 제12사단 52연대 소속 GOP(일반전초) 33소초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등병 김상현 씨를 괴롭힌 혐의를 받는 부대원들이 가해 혐의를 부인했다.
춘천지법 형사1단독 신동일 판사가 초병협박 혐의로 기소된 A(22) 씨와 모욕 혐의로 기소된 B(24) 씨, 강요와 협박 혐의를 받는 C(22) 씨에 대한 첫 공판을 25일 진행했다.
김 이병 선임병이었던 A 씨는 초병 근무 중 암호를 확인하는 수하(야간 경계근무 때 피아 식별을 위해 초병이 하는 행위)를 실시하지 않은 이유를 추궁하면서 김 씨를 협박한 혐의, 분대장(하사)이었던 B 씨는 김 이병의 말투를 따라 하며 모욕한 혐의, 선임병이었던 C 씨는 김 씨에게 실수 노트 쓰기를 강요하거나 총으로 쏴버리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6일자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검찰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객관적인 행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법리적으로 혐의가 적용될 수 없다거나 범행한 사실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피고인 측이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부인함에 따라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진술했던 인물들을 차례로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 이병의 부친 김기철 씨는 "가해자들의 뻔뻔한 태도를 용서할 수 없다. 재판 후 가해자에게 항의했더니 가해자 어머니가 되레 '내 아들도 죽을 뻔했다'라는 말을 듣고 기가 막혀서 어이가 없었다"라고 말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김 씨는 2022년 11월 28일 강원 인제군 육군 12사단 GOP에서 경계근무 중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당시 김 씨는 경계근무 중이었으며, 사건 직후 군 당국은 김 이병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김 씨 유가족과 군인권센터가 선임병과 상관의 괴롭힘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며 진실 규명에 나섰다.
군인권센터는 김 씨가 생전에 선임병과 상관으로부터 폭언, 협박, 구타 등의 괴롭힘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사망 당일 김 씨가 근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선임병으로부터 "근무 끝나고 보자" "이번에는 죄송하다는 말로 넘어갈 수 없을 것"이라는 협박을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부대가 구급차 진입을 13분간이나 막았다면서 부대 차원의 사건 은폐 작업이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후 군사경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8명을 민간 경찰로 넘겼다. 강원경찰청은 이들 중 4명을 송치했고, 검찰은 이들 중 3명을 기소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