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업소 단속하며 손님인 척 몰래 녹음한 경찰관...대법원의 판단은?

2024-06-2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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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 등이 있으면...”

경찰관이 단속을 위해 손님인 척 성매매 업소를 방문해 업주와 나눈 대화를 몰래 녹음했더라고 해당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픽사베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픽사베이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성매매처벌법상 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경기 고양시에서 마사지 업소를 운영하던 중 2018년 5월 손님인 척 들어온 남성 경찰관에게 성매매를 알선하다가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은 A 씨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했고 단속 사실을 알린 후에는 업소 내부의 피임용품을 촬영했다. 검찰은 녹음된 음성 파일과 사진, 여성 종업원의 진술서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A 씨는 혐의를 부인하며 위법한 함정수사라고 주장했다. 1심은 앞서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A 씨의 전력과 대화 녹음 기록을 근거로 성매매 알선 행위를 유죄로 인정해 A 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은 당시 위장수사로 단속에 나선 경찰관의 진술과 현장 녹음 등으로 A 씨에게 유죄를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단속 경찰이 A 씨 등과의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한 것은 피고인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대화 비밀을 침해해 위법하므로 해당 녹음은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단속 경찰관들은 업소 내부 수색 과정에서 수색영장을 발부받거나 압수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고 수사 현장에서 사진촬영과 같은 검증에는 영장주의가 적용됨에도 영장 없이 업소시설을 촬영했다"고 지적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뉴스1

그러나 대법원은 이 같은 항소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한 뒤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영장 없이 녹음을 했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현행범 등 관련자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마찬가지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수사기관이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범죄를 수사하면서 범행이 행해지고 있거나 행해진 직후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 등이 있으면 녹음이 가능하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경찰관과 A 씨가 공개된 장소에서 대화를 녹음한 점, 대화 내용이 보호받아야 할 정도로 특별하다고 보기 힘든 점 등을 근거로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home 윤장연 기자 yun1245@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