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화재] 현장에 투입된 현직 경찰 폭로 “우릴 사지로 내몰았다”

2024-06-2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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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방독·방화 장비도 없이 화재 현장에 투입했나” 지휘부에 격앙

25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 일차전지 제조 공장 아리셀 화재현장에서 경찰,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에 앞서 현장으로 둘러보고 있다. / 뉴스1
25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 일차전지 제조 공장 아리셀 화재현장에서 경찰,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에 앞서 현장으로 둘러보고 있다. / 뉴스1

경기 화성시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출동한 경찰이 지휘부가 별다른 장비도 주지 않고 자신들을 사지로 내몰았다고 폭로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자신을 경찰이라고 소개한 누리꾼 A 씨는 25일 ‘화성 화재 현장에 나갔던 경찰입니다’란 제목의 글을 블라인드에 올려 전날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났을 때 경찰이 방독 및 방화 장비도 없이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에야 퇴근했다는 그는 “이미 여러 번 겪었지만 또 한 번 이 조직과 지휘부의 수준에 실망을 느낀다“면서 ”지휘부가 경찰기동대 직원들을 화재 연기와 유해물질로 오염된 현장에 효과도 없는 KF94 마스크만 쓰고 들어가라며 사지로 내몰았다. 아프면 개인적으로 병원에 가서 진료받으라는 무책임한 조직 지휘부는 그저 고위직들의 현장 방문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런 방독, 방화 장비도 없이 밥 먹는 시간 빼곤 근무를 시키더니 고위직 인사들이 방문할 때는 그마저도 전부 나오게 해 의미 없이 길거리에 세워 근무시켰다”라며 “고위직이 가고 나면 다시 교대로 돌려 근무하게 하는 게 의미가 있는 것인가. 그저 보여주기로밖에 안 보인다”라고 말했다.

A 씨는 “주무부서도 아닌 경찰이 왜 주무부서인 소방보다도 화재 현장에서 호들갑을 그렇게 떨어야 하나”라며 “시킬 거면 최소한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지급하고 시켜야 하지 않나. 다른 민간인들과 다를 것 없는 상태로 연기로 인한 독성물질을 마시게 해 사지로 내몰다니 생각들이 있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그는 “지구대 근무 중 화재가 터지면 안 그래도 정신이 없는데 상황실에선 인명 피해가 얼마나 났는지, 피해 추산액이 얼마인지, 소방차가 몇 대나 왔는지 묻는다. 심지어 (불이 난) 내부에 들어가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고도 한다”라며 “그저 경찰청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직원들을 현장으로 내모는 게 현실이다. 보고하면 소방차라도 보내줄 것인가”라고 말했다.

A 씨는 지휘부에 “당신들은 안 오니까, 또는 잠깐 보고 갈 거니까 밑에 있는 직원들은 알 바 아닌가”라고 묻고 “최소한의 장비도 지급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호들갑만 떠는 무능한 지휘부 덕분에 직원들만 며칠 후 또는 몇 년 후에 병으로 고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무총리, 장관, 대통령 올 때만 오버하며 사지로 내몰지 말고 생각을 하고 지휘하라”라며 “이곳저곳으로 다 팔려가는 잡부청으로 몰락했어도 최소한 소모품처럼 굴리지는 말라”라고 당부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