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실망했다” 아리셀 화재 현장 투입 경찰관 폭로 글... 누리꾼 반응 폭발

2024-06-2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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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게재된 글

경기 화성시의 리튬전지 제조공장 아리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와 관련해 당시 현장에 투입된 경찰관이 열악했던 상황과 지휘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단이 25일 오전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전날 이 공장에선 화재로 23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 공동취재단, 뉴스1
경찰과 소방 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단이 25일 오전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전날 이 공장에선 화재로 23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 공동취재단, 뉴스1

25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화성 화재 현장에 나갔던 경찰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인 경찰 기동대 소속 A 씨는 "갑작스러운 대규모 화재로 인해 출동했다. 경황없이 근무를 서다 아침이 돼서야 퇴근했다. 여러 번 겪었지만 이번에도 조직과 지휘부에 실망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경찰기동대 직원들에게 화재 연기와 유해 물질로 오염된 현장에 KF94 마스크 하나만 쓰고 들어가라고 지시했다. 그 후 아프면 개인적으로 병원 가서 진료받으라는 무책임한 지휘부의 태도는 고위직들이 현장 방문하는 데만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무런 방독, 방화 장비도 없이 근무를 서게 하고, 고위직 인사들이 방문할 때는 전부 나와서 길거리에 세워두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들이 떠난 후 다시 교대로 근무를 세우는 것은 그저 보여주기식 행위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A 씨는 "주무 부서도 아닌 우리가 왜 소방보다도 화재 현장에서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최소한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라도 지급해야 하지 않겠는가. 맨몸으로 투입돼 독성 물질을 마시게 하는 것이 이들의 생각인가"라고 분노했다.

이어 "지구대 근무 중 화재 사건이 터지면 상황실에서는 인명피해, 피해 추산액, 소방차 대수, 내부 사진 등을 요청한다. 청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현장 직원들을 내모는 것이다"라고 하소연했다.

또 "최소한의 장비도 없이 무능한 지휘부 덕분에 직원들은 몇 년 후에 지병으로 고생할 것이다. 총리, 장관, 대통령이 올 때만 오버하며 사지로 내몰지 마라. 생각을 하고 지휘하라. 잡부청으로 몰락했어도 최소한 소모품처럼 굴리지는 말라"고 호소했다

해당 글을 접한 많은 누리꾼은 경찰 지휘부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경찰청 소속 B 씨는 "몇 년 전 평택 물류창고 화재 때도 화재 현장 지키라고 기동대 경력 근무 세워놓고 마스크는커녕 아무것도 보급 안 해줬다. 방독면 쓴 소방관이 '안전 장비 없이 근무해도 괜찮냐'고 먼저 물어보셨을 정도였다"라는 경험담을 털어놨다.

다른 이들도 "화재 현장에서 경찰관 순직한 게 불과 1년도 안 된다. 화성에 배치된 기동대랑 같은 경기남부경찰청 소속이다", "10년 전 경찰 기동대였던 제 친구가 담배도 안 피우는데 왜 폐암에 걸려 떠났는지 항상 의문이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