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화재 사망자 다수 '이곳' 출신 여성…희생자 많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2024-06-25 07:44
add remove print link
슬리퍼 차림의 중국인 아버지 “우리 딸 이름, OOO입니다”
경기 화성 일차전지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근로자 22명 중 대다수가 중국인 여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31분께 화성 서신면 전곡리에 위치한 일차전지 제조공장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원인은 리튬 배터리의 폭발로 추정된다. 리튬 배터리는 한 번 화재가 발생하면 완전 연소될 때까지 사실상 진화가 불가능해 진압에 더욱 어려움이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날 사망자 중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신원이 파악된 외국인 사망자 18명 중 17명이 중국인, 1명이 라오스인이다.
사상자들은 2층의 완제품 검수, 포장 작업실 내에서 발견됐다. 포장 작업실에는 대부분 손이 빠른 여성 근로자가 많이 배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인 중에서도 여성 사망자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인 중 3명은 남성이며 14명은 여성으로 알려졌다. 여성 중에는 1999년생, 2001년생 등 20대도 여럿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더욱 슬픔을 안기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들이 대부분 일용직 외국인이라 화재 상황 대처 역시 더욱 어려웠을 거라고 보고 있다. 공장 내부 구조가 낯설어 발화 지점 바로 근처에 있던 대피로를 바로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이날 화재 현장 앞에는 한국인보다도 중국인 딸을 둔 부모들이 다수 있었다.
이날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당시 현장 앞에는 한 중국인 부모가 "우리 딸 이름, OOO입니다"라며 서툰 한국어로 연락이 닿지 않는 20대 딸을 찾고 있었다. 그는 경기 시흥에서 뉴스를 보자마자 제대로 옷을 챙겨 입을 시간도 없이 슬리퍼 차림으로 급하게 올라왔다고 밝혔다.
희생자 다수가 외국인인 만큼 사망자들의 신원 파악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시신 훼손 상태가 심각해 맨눈으로는 남녀 정도만 구분 가능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에 외국인 근로자의 가족들은 어렵게 현장을 찾은 뒤에도 언어 문제로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 중국인 근로자 가족은 연신 눈물을 훔치며 귀에 착용한 통역기구로 당국자와 대화를 이어가기도 했다.
딸을 찾아 헤매던 중국인 아버지는 "아이가 일하는 공장에 불이 났다는 소식도, 죽었다는 소식도 연락 한 통이 없다"라며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볼 수 있나"라며 울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