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이 딴 남자와 잤어요” 얼마나 괴로우면 돈까지 걸고 이런 질문을...

2024-06-2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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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글 좀 찾아줘요... 찾아준 분에게 1만원 드릴게요”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제작한 AI 이미지.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제작한 AI 이미지.

“루리웹인가 (어떤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인데) 어떤 여자가 바람을 피워서 남자가 글을 적었는데, 거기(에 올라온) 댓글이 달콤한 사탕을 훔치진 않는다는? 현자 같은 내용이었는데 (어떤 글인지) 제발 찾아주세요. 찾아주시면 계좌로 1만원 드려요.”

23일 웃긴대학에 ‘형들 제발 찾아줘... 웃자에 간 글임(현상금)’이란 제목으로 이런 글이 올라왔다. ‘웃자’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킨 게시물을 모은 코너인 웃긴자료를 뜻한다.

글쓴이는 왜 이 글을 올린 것일까. 또한 찾으려는 글을 찾은 것일까. 누군가 글을 찾았다면 그는 어떤 방법으로 질문자가 원한 글을 찾은 것일까.

글쓴이가 올린 게시물. / 웃긴대학 캡처
글쓴이가 올린 게시물. / 웃긴대학 캡처

글을 읽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무슨 내용의 글인지 나도 궁금하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글쓴이의 질문이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지나치게 막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누리꾼이 “웃대(웃긴대학)에서 봤다. 사탕이 달콤하다고 남이 소유한 사탕을 먹으면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이었다”란 댓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이거 맞는다. 찾아달라"라며 웃긴자료 코너를 55페이지나 뒤졌는데 찾지 못했다고 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한 누리꾼이 글쓴이가 찾으려는 글을 뚝딱 찾아낸 것. 어떻게 찾을 수 있었을까. 이 누리꾼은 글쓴이가 올린 글을 챗GPT에 그대로 질문 형식으로 올렸다. 그러자 챗GPT는 다음과 같이 답하며 글쓴이가 바라는 글이 실린 링크를 소개했다.

“제가 찾은 바로는 루리웹에서 여자가 바람 피웠다는 글에 대한 현자의 댓글이 여러 게시물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특히 인스티즈와 같은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내용의 댓글이 자주 언급되었습니다. 해당 댓글의 주요 내용은 여자가 바람을 피웠더라도 자신이 상대방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과, 자신을 개선하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어떤 특정 사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조언이기도 합니다.”

게시물을 찾아준 누리꾼은 “사실 난 어떤 게시물인지 전혀 짚이는 구석이 없었다. 그냥 질문 글을 그대로 챗GPT4o한테 물어봤더니 찾아주더라”라고 말했다.

글쓴이가 찾은 글은 ‘애인이 딴 X이랑 잤다’란 제목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개드립에 지난 올라와 웃긴대학 등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다만 현재는 개드립에선 삭제된 상태다.

글쓴이는 교제한 지 2년 된 여친이 자신이랑 사귄 지 한두 달 정도 지나 전 남친과 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여친은 관계를 끝내기 위해 저녁에 잠깐 만난 것이 전부라고 했지만 아니었다. 주말 이틀간 모텔에 두 번씩 드나들면서 ‘풀코스’로 데이트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글쓴이는 여친을 결혼 대상으로 생각했던 터여서 마음이 괴롭다고 했다.

글쓴이는 “여친이 ‘미안하다’고 ‘그땐 정리해야 한단 생각만 했다’며 울었다”라면서 “내가 진짜 이렇게 사랑했던 사람이 없었다. 머리로는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헤어지려고 생각하면 숨이 막히고 심장이 아프다”고 했다.

게시물을 접한 누리꾼 중 상당수가 헤어지라고 조언했는데, 아래 조언이 “현자 같은 댓글” 등의 반응을 얻으며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네 여자친구는 네가 있어도 다른 남자랑 자는 사람이야. 가까이서 보면 근처의 쾌락을 좇는 사람이고 멀리서 보면 네 기분에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는 사람이야. 네가 여자친구랑 결혼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은연중에 여자친구도 느끼고 있었을 거다. 그럼에도 행동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헤어질 만한 사람이야. 곁에 둘 사람이 아닌 거지. 더 깊은 관계가 아니라 지금 알게 됐다는 데 초점을 두고 털어버려라. 힘내라. 사람은 원래 진심이 여러 개야. 너랑 헤어지기 싫어하는 그 친구의 말도 진심이겠지. 네가 흔들리고 있으니까. 다만 우리가 사탕이 먹고 싶다고 가게에서 사탕을 훔치진 않잖아. 사회적인 룰이 있는 거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네 여자친구는 그 룰을 깨는 사람이라는 거지. 가게를 털어 사탕을 훔쳐 먹은 사람이 '사탕이 정말 맛있을 것 같았다'는 말만 한다면 넌 그냥 넘어갈 수 있어? 기억해. 그 친구랑 걸어갈 네 앞길은 여러 먹고 싶은 게 많은 길을 지나게 될 거라는 걸. 너는 꾸준히 의심하게 될 거야. 스스로를 좀먹으면서. 내려놓으라.”

글쓴이가 애타게 찾은 게시물.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 개드립 캡처
글쓴이가 애타게 찾은 게시물.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 개드립 캡처

웃긴대학에 글을 올렸던 누리꾼은 자기가 찾은 글이 맞는다면서 게시물을 찾아준 누리꾼에게 약속한 사례금 1만 원을 건넸다.

글쓴이는 “어찌 됐든 고맙다. 내가 저 상황이어서 정신 차리게 수십 번 읽고 있다”라고 말해 누리꾼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다른 남자와 잔 여자친구에 대한 마음을 정리할 수 없어 괴로워하는 남자가 애타게 ‘현자 같은 댓글’을 찾았던 셈이다.

글쓴이가 돈까지 걸고 게시물을 찾은 이유를 밝히고 있다. / 웃긴대학 캡처
글쓴이가 돈까지 걸고 게시물을 찾은 이유를 밝히고 있다. / 웃긴대학 캡처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