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후 음주 뺑소니 차에 치여…22세 청년, 5명에게 생명 나누고 사망

2024-06-2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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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교사 꿈꿨던 22세 조병훈 씨,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생명 선물

음주 운전 뺑소니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진 22세 청년이 장기 기증으로 5명에게 새 생명을 나누고 세상을 떠났다.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조병훈 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조병훈 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한국장기조직기증원(원장 이삼열)은 지난 4월 1일 순천향대학교부천병원에서 22세 조병훈 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고 24일 밝혔다.

조 씨는 앞서 3월 17일 아르바이트를 마친 뒤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던 중 음주 운전 뺑소니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특히 조 씨는 아버지가 6년 전 사고로 뇌를 크게 다쳐 사망한 이후 가장 역할을 해왔고, 이날도 스스로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사고를 당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는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다녀와 바로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든 성실한 청년이었다.

22세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쓰러진 조병훈 씨의 가족은 기적을 바랐지만, 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료진의 말에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가족의 기증 동의로 조 씨는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기증해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음주 뺑소니 차에 치여 22세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조병훈 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음주 뺑소니 차에 치여 22세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조병훈 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경기도 부천시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조 씨는 활발하고 사교성 좋은 청년이었다. 어려운 친구를 보면 지나치지 않고 먼저 나서서 돕는 따뜻한 마음도 갖췄다.

어릴 적부터 운동을 좋아한 조 씨는 태권도 4단을 따고, 지역 태권도 대회에서 여러 차례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이후 부천대학교 스포츠재활학과에 입학한 조 씨는 총학생회에서 문화체육국장으로 체육대회 및 학교의 다양한 행사를 도맡아 기획할 정도로 학교 생활도 열심히 했다.

조 씨는 아이들에게 즐겁게 운동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체육 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지만, 결국 그 꿈을 펼치지 못하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조 씨의 어머니 이경희 씨는 "병훈아, 이제 너를 만날 순 없지만, 너의 몸 일부라도 다른 사람 몸에서 살고 숨 쉬고 있는 거니까.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힘들었던 거는 다 잊고 새 삶을 살아. 보고 싶다. 사랑해"라며 아들을 향한 절절한 마음을 전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