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공장 19세 노동자 참변...생전 '메모장' 공개, 억장 무너진다
2024-06-2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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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한 지 6개월여 만에 참변
전북 전주의 한 제지공장 배관실에서 19세 노동자가 설비 점검을 하던 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생전 메모장에 적힌 내용이 알려졌다.
23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숨진 A씨(19)의 메모장은 최근 유족 측 기자회견서 공개됐다.
당시 공개된 메모장에는 업무 관련, 자기개발, 재테크 등 앞으로의 목표에 대한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고인은 ‘인생 계획 세우기’라고 적은 뒤 ‘다른 언어 공부하기’, ‘살 빼기’,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 ‘편집 기술 배우기’, ‘카메라 찍는 구도 배우기’, ‘사진에 대해 알아보기’, ‘악기 공부하기’, ‘경제에 대해 공부하기’ 등 크게 총 8개의 목표를 세웠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생활 습관에 대한 다짐도 기록했다. 여기엔 ‘겁먹지 말기’, ‘남에 대한 얘기 함부로 하지 않기’, ‘친구들에게 돈 아끼지 않기’ 등이 적혔다.
또 ‘파트에서 에이스 되겠음’이라며 업무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고,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라며 미래에 대한 꿈을 꾸기도 했다. ‘나의 2년 시간표 정하기’라고 적힌 부분에서는 ‘오전 근무일 경우’, ‘오후 근무일 경우’, ‘심야 근무일 경우’, ‘휴일일 경우’ 로 나누어 자기 개발에 힘썼다.
A씨의 메모는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산됐다.
매체에 따르면 많은 네티즌은 'A씨의 메모에서 열정적인 사회 초년생의 모습이 엿보여 고인의 죽음이 더욱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A씨는 지난 16일 오전 9시 22분쯤 전주시 팔복동의 한 제지공장 3층 설비실에서 기계 점검을 하다 사망했다. 당시 6일가량 멈춰있던 기계를 점검하기 위해 혼자 설비실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발견되기까지 최소 1시간 정도 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씨는 입사한 지 6개월쯤 된 신입사원으로, 지난해 3개월간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거쳐 정직원으로 채용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현재 유족은 신입사원인 A씨가 홀로 작업을 수행한 점과 안전 매뉴얼이 명확히 지켜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등 명확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제지공장 측은 업무가 원료 관련 설비 점검인 만큼 위험 요인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과로사 정황이 없고, 유독가스 등 위험성 또한 확인되지 않았으며 또 A씨가 홀로 작업을 진행한 점 또한 2인 1조가 필수인 업무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고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