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제자에게 “차에서 네 향기가 난다” “사랑한다” 쪽지

박정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신임 회장이 과거 여제자에게 부적절한 쪽지를 건네 '품위유지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인천 부원여중 교사인 박 회장은 지난 20일 교총 회장 선거에서 교총 역사상 최연소인 44세로 회장에 당선됐다.

박 신임 회장이 2013년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다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견책' 조치를 받고 인근 중학교로 전근을 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연합뉴스가 22일 보도했다.

교총 회장 선거 과정에서 당시 징계를 두고 '성비위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특정 학생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도한 과정에서 편애 민원이 들어와 징계를 받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총 선거분과위원회는 의혹을 제기한 상대 후보 측에 '추측성 의혹제기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총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성비위가 아닌 품위 유지 위반으로 징계받은 것을 확인했다"라면서 "선생님들은 말 한마디 잘못하면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는 것처럼 편애 의혹만으로도 품위유지 위반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당시 고등학교에 다녔던 학생들 사이에서 박 회장의 행동을 단순한 편애로 보기 어렵다는 폭로가 나왔다는 점이다.

2013년 박 회장이 담임을 맡았던 학급의 B씨는 연합뉴스에 "고3 때 면학실에서 친구가 박 선생님이 A 학생 자리에 쪽지를 놓는 모습을 발견했고, 그 쪽지에 '사랑한다', '차에서 네 향기가 난다'고 쓰여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반이었던 C씨 역시 "친구가 '사랑한다'고 적힌 쪽지를 발견하고 나에게 알려줬다"며 "이 사실을 부모님께 전화로 알렸고, 부모님이 당시 부장 선생님께 잘 처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쪽지가 발견된 사실은 소수 학생들만 알았다. 이 때문에 담임교사가 교체됐을 때 학생들은 대부분 박 회장이 지병에 걸린 줄로만 알았다.

B씨는 "10년 전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어떠한 설명과 사과 없이 자리를 떠났다"며 "학생과의 부적절한 관계 여부를 떠나 수능을 앞둔 고3 학생들에게 무책임한 자세를 보인 사람이 교권을 대변하고 학생 인권을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교총은 한국 교원들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교사들의 권익 보호와 교육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1947년에 설립된 이래로, 교원들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 향상, 교육 정책 제안, 교육 제도 개선 등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한국 교원의 64%가량이 교총에 소속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