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사건 가해자, 실명 공개하며 자필 사과문+200만원 후원

2024-06-20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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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돼 신상공개됐던 남성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 중 한 명이 사과의 뜻을 전해왔다.

20일 유튜버 전투토끼는 최근 남성 박 모 씨로부터 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 씨는 밀양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돼 신상이 공개됐었다.

전투토끼에 따르면 박 씨는 자필 사과문을 쓰고 피해자에게 보낸 후원금 내역을 인증했다.

전투토끼는 "그동안 '영상 안 내리면 고소하겠다', '경찰서에서 보자' 등의 연락만 받아왔는데 가해자 박 씨가 놀랍게도 사과문을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과문 원문을 공개했다.

사과문은 총 2장이었다. 박 씨는 자신을 '20년 전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박O(개명 후 박OO)'라고 소개하며(박 씨는 사과문에서 자신의 과거 이름, 현재 이름을 공개했다) "무슨 말을 해도 공분을 살 것 같아 두렵고 후회스럽다. 피해자분께 너무나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피해자분께 직접 (사과)하는 것도 실례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밀양 사건을 다룬 영화 '한공주' 장면. 사진 속 남성들은 배우들입니다. / '한공주' 스틸컷
밀양 사건을 다룬 영화 '한공주' 장면. 사진 속 남성들은 배우들입니다. / '한공주' 스틸컷

그는 "당시 고등학생으로서 어리석고 바보 같은 행동으로 피해자분께 평생 동안 지워지지 않을 죄를 지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고통 속에 지내오셨다니 너무나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온라인상에 퍼진 판결문 정보가 맞다"고 시인했다.

박 씨는 과거 피해자와 합의 끝에 소년재판에서 1, 3호를 받고 사회봉사를 하는 선에서 처벌을 받았다.

박 씨는 "그때의 처벌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게 어리석게 뭣 모르고 살았다. 차라리 그때 처벌이라도 제대로 받고 제대로 사과했으면 피해자분과 국민들의 분노가 조금이나마 덜하지 않았을까 한다. 후회스럽다"라고 말했다.

박 씨의 자필 사과문 / 유튜브 '전투토끼'
박 씨의 자필 사과문 / 유튜브 '전투토끼'

이어 "지금이라도 피해자분께 너무나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는 말 전해달라"면서 "아무리 어릴 적 철없는 미성년자였다 해도 돌이킬 수 없는 죄는 나이 불문이라고 느꼈다. 많이 배우질 못해 어떻게 더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제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감사하겠다. 용서를 바라지 않는다. 살아가며 사죄하고 또 사죄하며 살아가겠다"고 했다.

박 씨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밀양성폭력사건 피해자 지정후원'이라는 이름으로 200만 원을 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와 그 가족의 동의를 얻어 모금을 진행 중이다. 모금액 전액은 피해자의 생계비 지원에 쓰일 예정이라고 했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