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차려 훈련병 사망' 가해 혐의 중대장, 곧 운명이 결정된다
2024-06-20 15:20
add remove print link
'얼차려 훈련병 사망’ 중대장, 21일 영장 심사…구속 갈림길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위반하고 군기훈련(얼차려)을 실시한 중대장(대위)과 부중대장(중위)이 구속기로에 놓였다.
춘천지법은 오는 21일 오전 11시 중대장과 부중대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이들이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거부하지 않는다면 사건 발생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피의자 심문에는 범죄 혐의 소명과 함께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심문 결과는 오후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피의자들은 지난달 23일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얼차려를 시켰고 이 과정에서 실신한 박 모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얼차려를 하는 과정에서 금지돼 있는 완전군장 달리기를 비롯해 팔굽혀펴기를 장시간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경찰청 훈련병 사망사건 수사전담팀은 지난 13일 첫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고 닷새 후인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춘천지검은 구속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 19일 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은 소환조사 당시 그동안 조사한 기본적인 사실관계 내용을 바탕으로 두 사람의 군기훈련 규정 위반 혐의와 병원 이송과 진료, 전원 과정 등을 조사했다. 첫 소환조사 당시 피의자들은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장시간 조사받았으며, 일부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훈련병들의 기억과 다른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지난달 군기 훈련(얼차려)을 받다 쓰러져 숨진 육군 12사단 박모 훈련병의 추모 분향소가 지난 19일 서울 용산역 광장 앞에 마련됐다. 이 날은 박 모 훈련병의 동기들이 신병교육을 수료한 날이었다. 시민들은 낮 최고기온 35도를 웃도는 폭염에도 줄을 서서 박 훈련병을 추모했다.
헌화를 마친 시민들이 포스트잇에 적은 방명록은 분향소 한켠을 빼곡히 채웠다. "억울한 일이 많겠지만 그곳에서라도 평안하게 지내세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철저한 진상규명과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합니다" 등의 추모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분향소에 참석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분향소를 찾아 유족들에게 철저한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추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오후 6시쯤 용산역 광장에 마련된 육군 12사단 사망 훈련병 분향소를 찾았다.
박 모 훈련병의 모친은 추 원내대표에게 "나를 업어 줄 만큼 씩씩하던 애가 군대에 가서 9일 만에 죽었다"며 "경찰이 피해자 편인지, 가해자 편인지 알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유족도 "진상규명을 꼭 약속해달라"며 "자식도 있으니 지키시겠죠?"라고 물었다. 이에 추 원내대표는 "그렇게 하겠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추 원내대표는 조문 뒤 기자들과 만나 "유명을 달리한 박 훈련병 사고에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앞으로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군대 내 가혹행위와 규정 위반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훈련병 사망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