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백을 거절해?” 짝사랑女 목 조르고 침대로 끌고 가 몹쓸 짓한 20대 남성

2024-06-2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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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데이트 폭력 저질러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커플, 자료 사진 / CandyRetriever-shutterstock.com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커플, 자료 사진 / CandyRetriever-shutterstock.com

자신의 고백을 거절한 여성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성폭행을 저지른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1형사부(민지현 부장판사)는 20일 강간상해, 주거침입, 절도, 건조물 침입, 재물손괴, 사기, 컴퓨터 등 사용 사기,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29) 씨의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인 징역 8년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여기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등에 각 7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또 7년간 강간상해 범행에 한해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정보 공개·고지도 명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16일 오전 6시 30분쯤 강원 원주시에 있는 여성 B(27) 씨의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B씨의 목을 조르고 침실로 끌고 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강간상해 범행은 피고인의 극악한 범행 수법이나 그 위험성 등에 비춰 중대하다"며 "당시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심과 그 도중 강간을 당한 성적 수치심, 죽음을 면하려는 피해자의 절망감은 가늠조차 어렵다"며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어머니가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피해자를 위해 공탁했다"며 "피해 복구가 이뤄졌다고 볼 여지는 없지만 피고인 가족들이 피고인의 계도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점을 감안했다"며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7년으로 감형했다.

사건 당일 A 씨는 같은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B 씨에게 호감을 가져 고백했다. 그러나 거절당하자 '나를 가지고 놀았다'고 생각하며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같은 해 4월 B씨의 동의를 받지 않고 미리 파악한 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침입한 혐의도 받는다.

A 씨는 과거에도 여자친구를 무차별적으로 때려 다치게 하는 등 반복적으로 데이트 폭력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픈 채팅으로 처음 만난 C 씨와 술을 마시다 그의 현금에 손을 대기도 했다.

여성의 손목을 잡고 있는 남성, 자료 사진 / HTWE-shutterstock.com
여성의 손목을 잡고 있는 남성, 자료 사진 / HTWE-shutterstock.com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교제 폭력)이란 연인 관계나 호감을 가지고 만나는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으로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상대를 감시하거나 통제하려는 행위와 정서적 학대, 신체적 폭력, 성적 폭력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1년 8월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교제 폭력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 강화 촉구' 관련 청원이 올라오면서 교제 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이 청원은 지난 2021년 7월에 발생한 마포 오피스텔 교제 폭력 사망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이 제기했다. 고 황예진 씨는 교제 폭력으로 상해를 입고 의식 불명에 빠진 후 23일 만에 숨졌다.

유가족은 사건의 진실 규명과 교제 폭력 근절을 위해 피해자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며 국민청원 게시판에 교제 폭력 가중처벌 입법을 촉구하는 청원을 올렸다. 해당 청원에는 53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당시 진교훈 경찰청 차장은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 데이트 폭력 등은 최근 몇 년간 범죄 심각성이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됐기 때문에 정부도 2017년부터 해당 범죄에 대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2018년 2월 관계부처가 함께 논의해 스토킹, 데이트 폭력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그 결과 가족 폭력, 성폭력 피해자 지원 시설, 1366 긴급전화 등을 통해 데이트 폭력 피해자가 상담, 긴급 보호, 무료 법률 지원 연계 등을 요청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 과정에서 데이트 폭력 피해자 보호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전국 경찰서의 데이트 폭력 근절 TF를 편성해 관련 수사 지침 정비, 피해자 보호 조치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검찰도 2018년 7월 데이트 폭력 처벌 강화를 위해 데이트 폭력 사범 처리 기준을 마련하고 폭력 삼진 아웃제를 강화하는 등 죄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데이트 폭력'과 '교제 폭력'에 대한 14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 만료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는 교제 폭력과 관련해 발의된 법안은 없다.

home 구하나 기자 hn9@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