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화장실서 큰일 본 후 물 안 내린 손님, 승무원은 누구인지 다 압니다”

2024-06-2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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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면대에 침 뱉어놓고 유유히 자리로 돌아간 그 승객에게 묻고 싶다“

10년 경력의 한 승무원이 기내 화장실을 사용하는 일부 승객들의 비매너 행태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10년 경력의 승무원 A 씨가 게재한 기내 화장실 사진 / A 씨 인스타그램
10년 경력의 승무원 A 씨가 게재한 기내 화장실 사진 / A 씨 인스타그램

승무원 A 씨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기내 화장실을 청소하며 겪은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화장실 청소는 승무원이 비행 중에 해야 하는 업무 중 하나다. 세면대는 물기 없이 깨끗하게 닦아야 하고, 두루마리 화장지는 호텔 화장실처럼 삼각 접기를 해야 한다. 거울에 물 자국이 있으면 닦아야 하고, 바닥에 튄 오물도 청소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항균 스프레이를 뿌리면 화장실 청소가 끝난다"고 설명했다.

A 씨에 따르면 이 모든 과정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화장실의 청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비행 내내 승객이 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점검한다. 그래서 승무원들은 어느 승객이 화장실을 사용했는지 파악하고 있다.

A 씨는 기내 화장실에서 마주한 충격적인 에피소드 하나를 털어놨다.

화장실 문을 세게 닫고 자리로 돌아가는 승객을 본 A 씨는 하던 일을 멈추고 청소를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일회용 장갑을 끼고 문을 연 순간, 그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A 씨는 "변기 물을 내리지 않아 용변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바닥 여기저기에 굴러다니는 화장지 조각들, 세면대에는 침을 뱉어놓은 자국까지 있었다. 승객은 화장실을 사용한 흔적을 적극적으로 남기고 떠났다"고 말했다.

A 씨는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라는 마음의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올 뻔했다. '승무원에게 악의가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시민 의식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화장실 사용에 대한 시민 의식은 많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공공', '공중'이라고 하면 그저 편하게 마음껏 사용하려는 심리가 있다. 비행기 화장실도 마찬가지다. 화장실 사용 에티켓만이 그 사람의 전부를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그 사람의 매너 수준을 보여주기엔 충분하다. 이런 사소한 행동들이 쌓여 결국 나의 품격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비행기 화장실에 휴지를 버리고, 세면대에 침을 뱉어놓고 유유히 자리로 돌아간 그 승객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손님, 집에서도 이렇게 쓰나요?'"라고 덧붙였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