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닳았는데…” 국내 항공사, 운항 불가 결정 내린 기장에 중징계 논란

2024-06-2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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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인용...항공사 입장은?

비행기 조종실, 자료 사진 / guys_who_shoot-shutterstock.com
비행기 조종실, 자료 사진 / guys_who_shoot-shutterstock.com

국내 저가 항공사가 안전 문제로 비행을 거부한 기장에게 중징계를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한 저가 항공사 A 기장은 지난 1월 2일 베트남 나트랑 깜라인 국제공항을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일정의 항공편 운항 전 항공기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브레이크 패드 잔여량이 최소 기준치에 미달되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항공사 운항기술공시에 따르면 '항공기 인디케이터 핀의 길이가 기준치 1mm 또는 그 이하의 경우 브레이크 교환'이라는 기준이 있다. 당시 A 기장은 브레이크 패드 잔여도를 확인할 수 있는 인디케이터 핀의 길이가 1mm 이하인 0.8mm로 확인했다. 이에 사내 기준에 따라 정비팀에 브레이크 패드 교환을 요청했다.

그러나 사측은 현지에 부품이 없어 즉각적인 조치가 불가하다면서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며 A 기장에게 비행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A 기장은 회사에 비행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요구했지만 비행 지시 등 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운항 불가를 결정했다.

이후 해당 항공사는 한국에서 부품을 공수해 베트남 현지에서 브레이크를 교체했으며 해당 항공편에 대체 항공기를 투입하느라 비행이 15시간 지연됐다. 이어 사측은 A 기장에 대해서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지연 운항으로 인한 추가 비용 발생과 승객 피해, 상당한 신뢰도 하락의 손해를 입었다'면서 정직 5개월 중징계를 내렸다.

건물 옥상에 있는 항공기 경고등, 자료 사진 / HAKINMHAN-shutterstock.com
건물 옥상에 있는 항공기 경고등, 자료 사진 / HAKINMHAN-shutterstock.com

A 기장은 사측의 징계에 대해 부당하다면서 법원에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대구지방법원 민사20-3부(김태균 판사)는 A 기장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당시 재판부는 "채권자(A 기장)는 브레이크 인디케이터 핀의 길이가 기준치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운항 불가를 결정한 것은 아니고 운항일반교범에 따라 운항통제(OCC), 정비통제(MCC) 등과 협의를 거쳤다"며 "채무자(항공사) 측에 운항기술공시 등 규정에도 불구하고 운항이 가능하도록 운항 본부의 구체적인 지시를 요청했으나 비행 지시 등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운항에 나서지 아니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항공사는 '개별 항공기의 출발에 관해 회사가 운항 지시를 내리는 것은 물리적으로 곤란하고 당시 한국은 자정 무렵이라 회사의 업무 지시가 불가능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다수의 국제선 항공편을 운항하는 항공사의 사업 내용을 고려해 볼 때 그러한 주장만으로 비행 지시가 이뤄지지 아니한 경위에 관해 충분한 해명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해당 판결에 대해 항공사 측은 지난 4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일단 A 기장에 대한 징계를 중지하고 노동위원회 및 법원에서 징계의 정당성을 심판하라는 의미"라며 "운항 승무원 및 정비사 등 의견을 무시한 채 기준 없는 독단적 판단으로 항공기 정상 운항을 방해한 것이며 징계 처분의 타당성은 본안 소송에서 판단 받을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인디케이터 핀 규정은 1mm 또는 그 이하일 경우 브레이크를 교환하라고 규정에 명시돼 있다"면서도 "이것의 정확한 의미는 브레이크 마모 상태를 확인하는 인디케이터 핀의 길이가 1mm 이상 남은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교환할 경우 부품 제작사로부터 페널티를 부과 받게 돼 있어 내부 기준치에 1mm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이다. 실제로는 핀의 길이가 0mm 이상의 경우에는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실제로 모든 조종사들은 핀의 길이가 0~1mm에서도 문제없이 운항하고 있다"며 "A 기장도 과거 0.1~0.7mm 사이에서 수차례 아무런 지적 없이 항공기를 운항한 기록이 있어 지난 1월 A 기장이 해외에서 비운항 결정 기준에는 의문이 가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이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은 A 기장에 대한 징계가 부적절했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것이 징계를 받아야 하나", "안전 규정이 있는데 그걸 왜 무시하는 거냐", "이제부터 불매하겠다", "비용 때문에 안전을 무시하는 항공사", "불안해서 탈 수가 없다" 등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home 구하나 기자 hn9@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