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죽인 전교1등 아들, 출소 후 방송 등장…“결혼했다”
2024-06-18 14:55
add remove print link
사건 회상하며 13년 만에 심경 전해
엄마를 살해한 아들이 속마음을 밝혔다.
지난 17일 첫방송된 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에서는 한 살인 사건의 전말을 다뤘다. 2011년 발생했던 존속살해 및 사체유기 사건이다.
당시 고3이었던 A 씨는 집에서 낮잠을 자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5년 전 외도한 아버지가 집을 나간 후 어머니와 단둘이 살던 A 씨는 하루하루가 숨막히는 일상이었다.
어머니는 자신에겐 샴푸 한 통 안 사면서도 아들에겐 매일 고기 반찬을 먹였지만 "서울대 법대에 가라", "전국 1등을 해라"라며 성적에 대해 심한 압박을 했다.
A 씨의 학교 성적은 우수했다. 전교 1등을 3번이나 했다. 학교에서도 "성적이 좋아 선생님들이 예뻐한 학생"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아들에게 공부를 더 하라며 밥을 안 주고 잠을 안 재우기 일쑤였다.
사건이 일어난 날은 3월 13일이었다. 다음 날은 '학부모 방문의 날'이었다. A 씨는 "어머니가 학교에 오면 모의고사 성적표에 전국 4000등한 걸 62등으로 고쳐놓은 게 들통날 텐데 무서운 체벌을 받을까 봐 두려웠다"고 진술했다.
A 씨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안방에 유기했다. 아버지는 집을 나간 후 매달 120만 원을 생활비로 보냈는데, 합의이혼 법정에 아내가 나타나지 않아 집을 방문했다가 아내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후 살인범이 아들이란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현재 A 씨는 출소한 상태다. 그는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에 직접 출연했다. 물론 얼굴과 이름은 가렸다.
A 씨는 지난 사건과 당시 심경을 덤덤한 말투로 전했다. 13년 만의 심경 고백이다.
A 씨는 "중학교 전엔 괜찮았다. 집 앞 공원에 산책도 가고. 비 오면 어머니랑 우산 쓰고 컵라면도 먹었다. 추억들이 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를 살해한 후)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죄책감이 컸던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A 씨는 "사실 어머니는 본인의 기준에서 최고의 사랑을 주신 거다. 그분의 모든 인생을 갈아 넣어서 저를 키우셨어요. 저는 저희 어머니께서... 점점 더 힘들어하실 때 점점 더 저한테 이렇게 푸시를 하실 때 이제서야 조금씩 해석이 되는 것들은 어머니께서 점점 더 불안해지셨다는 거다. 점점 더 두려워지셨다는 것"이라 말하며 울먹거렸다.
이어 "제가 진짜 후회되는 건 저희 어머니께 내가 아니어도 어머니는 대단한 사람이고 귀한 사람이고 어머니는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고 어머니를 위로해 드리지 못한 게 너무 후회돼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만약 돌아갈 수 있다면... 어머니께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었어요"라고 했다.
방송에는 A 씨의 아버지도 등장했다. 사건 당시 아들은 핸드폰에 아버지 이름을 'ㅋ인간'으로 저장해두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교도소에 있을 때 자주 면회를 갔다고 한다. 더는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A 씨는 출소 후 한 여자를 만났다. 그녀에게 자신에 대한 모든 걸 털어놨다. 그리고 두 사람은 결혼했다. 아이도 낳았다.
A 씨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문득 두려움이 밀려온다고 했다. 언젠가 아이들한테도 모든 걸 털어놔야 할텐데, 어떻게 이야기를 할지 그 준비를 하며 살겠다고 했다. 이 역시 아내와 소통한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게 그의 답변이었다.
A 씨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자신과 같은 일을 겪고 있는 이가 있다면 부디 자신과 같은 선택이나 자신과 같은 후회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