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내리는데 다 쳐다보는 기분” 밀양서 두 아이 키우는 아빠의 절규
2024-06-1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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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따가운 시선을 받을까 걱정된다”
20년 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재조명되며 밀양 지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밀양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생각이 많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몇 년 전부터 직장 때문에 밀양에서 살고 있다는 글쓴이가 최근 밀양 여중생 성폭행 가해자들의 폭로가 터지며 뜻하지 않게 고통받고 있다고 털어놔 이목이 쏠렸다.
부산에서 초·중·고를 나왔다는 글쓴이는 대학교와 직장 생활을 쭉 서울에서 하다가 일 때문에 밀양에 온 지 몇 년 안 됐다고 밝혔다.
그는 "얼마 전부터 밀양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하루하루가 먹먹하다. 출장 갔다가 KTX 타고 밀양역에서 내리는데 기차 안 사람들이 다 저만 쳐다보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 학교 이름이 다 '밀양'으로 시작하는 학교라 나중에 대학을 가거나 사회생활 할 때 (출신 학교 이름이) 밀양이라는 이유만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을까 봐 걱정도 된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밀양 시장은 도대체 뭐 하는 인간인지 아무런 대응도 없고…답답하기만 하다"라며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판결문을 읽어보니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가해자들의 신상이 까발려져 그 죗값을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밀양 맘카페를 중심으로 글쓴이처럼 밀양 지역민으로서 비슷한 취지의 걱정을 토로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심지어 밀양시 홈페이지에도 "언제까지 모르쇠할 거냐. 공식 입장 하나 없이 모른 척하고 넘어갈 거냐"라는 글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구글에서는 '밀양경찰서'를 검색하면 '민중의 곰팡이'란 설명이 따라붙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부실 수사 비판을 받은 밀양경찰서에 대한 검색 결과물 수정에 네티즌들이 참여하며 '민중의 지팡이' 대신 '민중의 곰팡이'라는 표현을 써넣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파장이 커지며 지난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글도 재조명되고 있다. 언니가 결혼 상대로 87년생(밀양 성폭행 가해자들이 태어난 해) 밀양 출신 남성을 데리고 왔지만 부모님이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글이었다.
최근에는 약혼을 약속한 밀양 출신 남자 친구가 알고 보니 해당 사건의 가해자 무리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 바로 파혼했다는 사연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