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요청...” ‘밀양 성폭행’ 가해자들 신상 공개한 유튜버, 결국 고개 숙였다
2024-06-0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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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부터 가해자 신상 공개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며 큰 파장을 일으켰던 유튜버 '나락보관소'가 최근 해당 영상을 모두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나락보관소 채널 운영자는 지난 7일 자신의 유튜브 커뮤니티 채널에 "밀양 피해자분들과 긴밀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피해자분들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다. 제가 제작한 밀양 관련 영상을 전부 내리겠다. 구독 취소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나락보관소는 지난 1일부터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 44명 중 4명의 신상을 공개하며 관련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다. 해당 영상들은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가해자 중 한 명은 밀양 성폭행 사건이 재점화되면서 직장에서 즉각 해고됐고, 또 다른 가해자는 공기업에서 재직하는 것으로 알려져 해고 민원이 쏟아졌다. 나락보관소는 가해자들의 현재 신상을 모두 알고 있으며, 남은 가해자들도 모두 공개하겠다고 선포해 큰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피해자의 '잊혀질 권리'와 2차 가해를 우려하며 나락보관소의 행동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다.
나락보관소의 이번 결정은 지난 5일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 측이 "나락 보관소가 신상 공개에 있어 피해자 측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으로 추측된다.
앞서 나락 보관소는 "제게 '피해자에게 허락을 구했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많은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피해자 가족 측과 직접 메일로 대화를 나눴고 44명 모두 공개하는 쪽으로 대화가 마무리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나락 보관소가 동의를 구했다는 것은 사실 무근"이라 반박한 바 있다.
밀양 성폭행 사건은 2004년 경남 밀양에서 44명의 남학생이 여자 중학생 1명을 1년간 지속적으로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다.
가해자 44명 중 10명은 기소됐고 20명은 소년원으로 보내졌지만, 결론적으론 단 한 명도 형사 처벌받지 않아 공분을 샀다. 해당 사건은 이후 영화 '한공주'의 모티브가 됐고 드라마 '시그널'에서도 주된 주제로 다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