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중 헤어진 '호국의 형제'...75년이 지나서야 재회할 수 있었다
2024-06-0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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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묘지 내 '호국의 형제' 묘 조성은 이번이 6번째
6·25 전쟁 중 전사한 형제가 75년 만에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의 유해는 국립서울현충원에 나란히 잠들었다.
5일 국방부는 신원식 장관 주관으로 서울현충원에서 '호국의 형제 6호' 안장식을 거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안장식에서는 70여년 만에 돌아온 형 고(故) 전병섭 하사(현 계급 상병)의 유해가 동생인 고 전병화 이등중사(현 계급 중사)와 함께 안장됐다.
장남 고 전병섭 하사는 6·25 전쟁이 발발하자 1950년 12월 자진 입대했다. 강원도 인제로 이동해 중·동부 전선을 사수하기 위해 북한군과 격전을 펼친 '노전평 전투'에 참전 중 1951년 8월 25일, 26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삼남인 고 전병화 이등상사는 형보다 앞선 1949년 7월 입대해 국군 수도사단에 배치됐다. 이후 강원도 고성으로 이동해 1951년 '월비산 전투'에 참전 중 11월 6일, 20세의 나이에 전사했으며 전투 공적을 인정받아 같은 해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고인의 유해는 전쟁 직후 수습돼 1959년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차남 고 전병철 일등중사(현 계급 하사)는 1950년 12월 부산 제2훈련소에 입대해 육군병참단과 육군인쇄창에서 복무, 이후 1955년 만기 전역했다.
그는 생전 형님의 유해를 찾아 동생과 함께 모시기 위해 2011년 6월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을 방문해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다. 이후 2014년 8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 국립이천호국원에 안장됐다.
이후 2021년 6월 국군 장병 100여명이 강원도 인제군 고성재 일대에서 고인의 유해를 발굴, 2023년 11월 장남 고 전병섭 하사의 신원이 최종적으로 확인됨에 따라 삼남 고 전병화 이등상사와 헤어진 지 75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안장식은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영현 입장을 시작으로 고인에 대한 경례, 추모사,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진행됐으며, 관에는 두 형제의 고향인 서울 금호동의 흙이 뿌려졌다.
유가족 대표인 전춘자(전 일등중사의 장녀) 씨는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는 생전에 큰아버지의 귀환을 기다리며 수많은 날을 눈물로 지새우셨다"며 "비록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큰아버지의 유해를 찾게 돼 두 분의 넋이라도 한자리에 모셔 꿈에 그리던 재회를 이루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신 장관은 "75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났지만, 이제라도 두 분이 만나 함께 영면하실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방부는 호국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영원히 기억하고 마지막 한 분을 찾는 그날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립묘지 내 '호국의 형제' 묘 조성은 이번이 6번째다.
앞서 1~3호 형제는 서울현충원에, 4호 형제는 제주호국원, 5호 형제는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