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불법 입양한 남녀 탓에 한 아이가 숨졌다
2024-06-0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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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입양 사실이 들통날까봐 병원에도 안 데려갔다
오픈채팅방을 통해 신생아를 불법 입양하고 방치해 숨지게 한 뒤, 인근 친척 집 근처 밭에 암매장한 남녀의 범행이 1년여 만에 드러났다.
4일 대구 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는 아동학대치사, 시체 유기 혐의로 20대 남성 A 씨와 30대 여성 B 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2월 24일 오픈채팅방을 통해 신생아를 불법 입양하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경기도 동두천시 자택에서 아이가 숨지자, 시신을 포천시에 있는 친척 집 인근 밭에 암매장한 혐의도 받고 있다.
동거 관계인 두 사람은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없음에도 '아이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불법 입양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아이의 건강 상태가 나빠졌지만, 이들은 불법 입양 사실이 드러날까 봐 병원에도 데려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숨진 아이는 불법 입양된 지 2주 안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범행을 부인했지만 통신 기록 등 증거 자료를 내밀자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에게 아이를 입양 보낸 모친은 미혼모로, 양육할 여건이 안 되자 산부인과에서 퇴원한 당일 아이를 불법 입양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금전 거래 정황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아동복지법상 유기, 방임 혐의를 적용해 모친에 대한 수사를 별도로 진행 중이다.
사건의 전모는 행정 당국이 경찰에 단서를 제공하고 경찰이 수사를 포기하지 않은 끝에 드러났다.
대구 동구는 출생 신고된 아이의 정기예방접종 기록 등이 확인되지 않자 지난 1월 3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증거 확보를 위해 수십차례 통신, 계좌 등의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100여일간 집중 수사를 벌였다.
박정식 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앞으로도 음지에서 아이를 불법 입양하는 사례에 대해 엄정히 수사할 계획"이라며 "이러한 사례가 재차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