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가해자' 실명 보도한 기자, 결국 이렇게 됐다
2024-05-29 09:31
add remove print link
법원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볼 수 없어”
피해자의 승낙을 얻었더라도 아동학대 가해자의 실명과 얼굴을 보도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의하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 9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보도금지의무 위반) 혐의로 기소된 JTBC 기자 A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선고유예란 범죄 정황이 경미할 때 형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선고를 면해주는 면소 처분을 받았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선처로 분류되지만, 유죄에 해당한다.
A 씨는 2019년 체육 지도자 신분인 아동학대 가해자의 이름과 얼굴 사진, 경력, 사건 발생지 등을 특정해 보도한 혐의를 받는다. 보도 과정에서 피해자 측의 승낙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처벌법은 신문·방송사가 아동학대 행위자와 피해 아동, 고소·고발·신고인의 인적 사항을 보도하는 것을 금지한다. 가해자 정보가 공개되면 피해 아동의 인적 사항도 알려질 수 있는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법정에서 A 씨는 아동의 피해를 막기 위해 보도한 것으로 형법상 위법성이 조각되는(없어지는)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보도 금지 규정은 '아동 보호 사건'에 한정될 뿐 이 같은 일반 형사 사건은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1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법은 2022년 11월 A 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형사1단독 강성수 판사는 "가해자를 가며 처리하거나, 사진의 일부를 가리는 방법으로도 보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1형사부는 지난해 11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아동학대 사건은 수사가 개시되는 것만으로도 가해자가 추가적인 범행을 저지르지 않도록 심리적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언론에서 가해자의 인적 사항을 보도하는 방식만이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A 씨는 불복했으나 대법원 역시 "원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히며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