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강형욱의 레오 안락사 해명…예상치 못한 논란 불 붙였다

2024-05-2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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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으로 동물 진료는 동물병원 내에서 해야 해

갑질 의혹에 휩싸인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의 논란 해명에 수의사들이 의문을 자아내고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과 그의 반려견 레오 / 보듬컴퍼니 인스타그램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과 그의 반려견 레오 / 보듬컴퍼니 인스타그램

강 훈련사의 반려견이었던 저먼 셰퍼드 '레오'의 안락사와 관련한 해명에 수의사들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강 훈련사가 "'레오'의 건강이 악화해 수의사를 불러 출장 안락사했다"고 해명한 게 수의사법 위반이라는 또 다른 논란을 부른 것이다.

수의사법상 반려동물 진료는 동물병원(의료기관)에서만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강 훈련사는 레오 건강을 담당하던 수의사가 전신마취 등에 필요한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을 그가 운영하던 보듬컴퍼니로 직접 가지고 출장을 와서 안락사했다고 설명해 논란이 되고 있다.

레오 / 강형욱 인스타그램
레오 / 강형욱 인스타그램

레오는 2009년생으로 강 훈련사가 키우다 형편이 악화하며 경찰견으로 보낸 반려견이다. 레오는 약 7년간 부산경찰청 과학수사대 체취증거견으로 일하다 퇴역한 뒤 강 훈련사에게 다시 입양돼 눈을 감기 전까지 그와 함께 살았다.

강 훈련사는 지난 24일 유튜브 채널 '강형욱의 보듬TV'에 갑질, 욕설, 레오 방치 등 각종 논란에 대해 해명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서 강 훈련사는 레오를 경기 남양주 보듬오남캠퍼스 사옥 옥상에 방치했다는 의혹에 관해 해명했다.

그는 "레오가 숨 쉴 때마다 소변이 조금씩 나오고 조금 움직여도 대변이 그냥 나올 정도로 치료할 수 없었고 나이도 많았다"라며 "회사에서 돌보기로 하고 아침마다 물로 닦아줬는데 일어서질 못하니 수의사와 몇 개월에 걸쳐 안락사를 논의하다 날짜를 정해 수의사에게 부탁했다"라고 안락사 경위를 설명했다.

강형욱이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논란 해명 영상에 등장한 레오의 장례식 현장 모습 / 유튜브 '강형욱의 보듬TV'
강형욱이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논란 해명 영상에 등장한 레오의 장례식 현장 모습 / 유튜브 '강형욱의 보듬TV'

실제 레오는 지난 2022년 11월 3일 안락사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레오의 안락사를 담당한 수의사가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에 따르면 5개월 전 강 훈련사는 "레오 움직임이 안 좋아지는데 몸도 아픈지 상태가 안 좋다. 안락사한다면 절차가 있느냐"고 묻자 수의사는 "전신마취가 깊이 들어간 것 확인하고 전문 안락사 약물인 T61을 투약한다"고 답했다.

같은 해 11월 3일 안락사 당일 오후 6시 50분께 강 훈련사 아내 수잔 엘더 이사는 "1층에 계시죠? 제가 내려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 2시간 뒤 수의사의 "잘 귀가했다. 레오 잘 보내주시고 좋은 추억만 남기시길 바란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두 메시지가 오간 사이 레오의 약물 안락사가 시행된 것이다.

강 훈련사는 "보듬오남캠퍼스 2층 사무실에서 레오의 안락사를 했고 직원들도 레오와 마지막 인사를 함께 했다"라고 밝혔다.

해명이 공개되자 수의사들은 강한 반발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27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두현 동편동물병원 원장은 레오가 안락사할 만큼 중병을 앓았는지 판단하기에 앞서 수의사가 마약류를 동물병원 밖으로 가지고 나와 '출장 안락사'를 시행한 과정에 약물 반출과 사용을 식약처에 제대로 보고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레오가 치료 반응이 없어 고통을 줄일 수 없는 중병을 앓고 있었는지도 짚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동물병원에서도 마약류는 이중 금고에 보관해야 하고 반입 사용 시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보고해야 한다"라며 "진료도 수의사법상 원칙적으로 동물병원 안에서 해야 하는데 위험하고 엄격한 진료에 해당하는 안락사를 레오가 있는 곳에 가서 했다면 '출장 안락사 가능'이라는 광고를 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서울 종로의 한 동물병원 수의사도 "외부 안락사는 엄연히 불법으로 안다"라고 매체에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수의사회가 2020년 9월 제정한 동물병원 방문 진료(왕진) 관련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동물 진료는 동물병원 내에서 해야 한다. 특히 소나 돼지 등 가축이 아닌 반려동물의 진료는 더욱이 동물병원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한 수의사는 "말 못 하는 동물을 진료하려면 검사 장비가 필수"라며 "병원 밖으로 나가면 사실상 장비 없이 진료해야 하므로 병원 내 진료를 원칙으로 한 것이지 안락사 장소도 정한 건 아니다"라고 매체에 설명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의사의 안락사 과정에 마약류 취급 위반 소지가 발견될 경우 경고나 업무정지 처분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식약처 관계자는 "수의사가 관리 범위 안에서 마약류를 동물병원 밖으로 반출해선 안 된다는 조항은 없다"라며 "취급 과정에 보고를 누락했거나 허위 작성했다면 처벌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