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약 먹고 낳은 신생아 방치하고 노래방 간 24대 엄마… 아이 결국 사망
2024-05-1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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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에서 친구들과 SNS 대화만… 법원이 내린 결정
임신중지약(낙태약)을 먹고 강제 출산한 아이를 낳자마자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친모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재성)가 10일 아동학대살인 혐의로 기소된 A(24)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아동 관련 기관에 대한 5년간의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A 씨는 미혼모 상태로 임신했다. 혼자서 양육할 자신이 없는 데다 부모에게 임신 사실을 들킬까 봐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A 씨는 인터넷에서 낙태약을 구매했다. 조기 유산을 유도하는 약이었다. A 씨는 약을 복용했다.
A 씨는 출산 예정일에 앞서 자택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았다. 비정한 A 씨는 그렇게 출산한 아이를 침대에 두고 아홉 시간 동안 외출했다. 노래방에 간 그는 SNS, 카카오톡으로 친구들과 대화하는 데만 연연하는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였다. 모유는 물론이고 분유조차 먹지 못한 아이는 결국 숨졌다.
아홉 시간 뒤 귀가한 A 씨는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112에 신고했다. 아이를 집에 두고 출근한 사실이 확인돼 아동학대(유기) 살인죄로 구속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고의로 아이를 방치해 살해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미필적으로나마 살인 고의성이 있었다고 봤다. 낙태약을 먹은 점, 갓난아이를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은 점, 아이를 방치하고 노래방에 간 점으로 미뤄 살해한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생아에게 적절한 영양공급을 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이라며 "피고인은 아이의 죽음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책임을 축소하거나 자기 연민적 태도만 보이고 있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낙태약 미프진·미페르펙스의 복용 가능 시점은 태아 심음을 확인한 임신 6주부터 최대 임신 10주까지다. A 씨는 이 기간을 넘겨 복용했다. 전 세계 70여개 국가는 미프진 처방을 합법화했다. 한국에선 처방이 불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 낙태약이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 낙태약을 판매하는 이들은 사실상 영아 살해를 유도하고 있다. 낙태한 아이를 변기에 넣거나 산에 가서 묻으라고 구매자들에게 조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면서 헌재는 형법상 자기낙태죄·의사낙태죄 처벌 규정을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라고 제시했지만, 민감한 이슈인 까닭인지 아직까지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낙태죄 폐지 관련 형법 개정안이 7개나 발의됐지만 1개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 상정됐다. 나머지는 논의 없이 계류돼 있다. 낙태약 합법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