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겐 4표, 50대에겐 3표… 투표권 더 주자” 국책연구소 파격 주장
2024-05-0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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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연, 양극화 해소에 '차등 투표제' 제안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는 현행 누진세 제도만으로는 양극화 해소에 한계가 있기에 1인 1표 보통선거제를 개혁해 저연령·저소득자에게 더 많은 투표권을 주자는 국책연구기관의 파격적인 주장이 나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고찰-양극화 완화를 위한 조세정책에서 정치철학까지’ 보고서를 냈다. 최근 조세연을 떠난 홍범교(66) 전 조세연 조세정책연구실장이 퇴임 전 마지막으로 작성한 보고서다.
홍 전 실장은 보고서에서 “1인 1표의 보통선거에 의존하는 한 미래 세대의 목소리가 반영될 확률은 대단히 낮다”며 연령대별로 인구의 차이를 감안해 투표권을 부여하는 세대별 평등투표제를 제안했다.
그는 “20대 인구는 50대 인구의 75%에 지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차등 투표제를 도입해 20대에게는 1인당 4표를, 50대에게는 1인당 3표를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형평성 있는 제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결정할 때 2030 세대의 희망사항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홍 전 실장의 주장은 저출산 고령사회에서 인구 피라미드가 역삼각형의 형태로 돼 있어 정책을 결정하는 집단과 실제 정책을 적용받는 집단이 ‘미스매치’가 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경제 및 사회 제도를 설계할 때 앞으로 더 긴 기간 동안 제도의 영향을 받는 것은 젊은 세대지만, 실제 선거를 통해서는 인구 비중이 높은 노인 세대나 중장년층의 의사가 더 많이 반영된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홍 전 실장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인 소득과 부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현재 도입하고 있는 누진세가 ‘부자에게 세금을 많이 걷어 약자를 지원한다’는 본래 목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양극화를 완화해야 하고, 양극화 해소를 위한 중요한 조세정책 중에는 누진세제 구조가 기본 방안”이라며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가 소득세 누진세제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누진세에도 불구하고 양극화는 심각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누진세는 소득세와 재산세에 적용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평균임금은 3843만원으로 집계됐다. 하위 50%의 임금은 1233만원, 상위 10%는 1억 7851만원으로 상위 10%가 하위 50%보다 임금이 14.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가 한국 부의 25.4%를 차지한다.
홍 전 실장은 현재 수준의 누진세로 부의 양극화를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기에 소득세의 누진도를 강화하거나 부유세(소득 최상위층 과세), 횡재세(천재지변에 과도한 수익 올린 기업에 과세) 등 추가적인 조세정책 도입을 결정해야 한다고 봤다. 추가 조세정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입할지 결정하는 것은 ‘정치’의 역할인데, 현재의 1인 1표는 이미 세대 간의 정치적 양극화를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 부의 재분배를 이루기 위한 합의가 어렵다는 것이다.
홍 전 실장은 차등 투표제라는 아이디어가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급진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부유한 엘리트층의 목소리가 더 크게 반영되는 점(정치적 구도)을 고려한 예시적 아이디어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