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지도부 재정비…22대 국회 길목서 특검 대치
2024-05-0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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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특검법 수 싸움…與는 이탈표 단속, 野는 여론전 압박
21대 마지막까지 정쟁…22대에도 대치 전선 고스란히 이어질 듯
野일각서 '조국 입시비리 수사' 특검 가능성도 언급…관계자 “논의 없어” 부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지도부 재정비에 나선 가운데 22대 국회가 열리기 전부터 여야 간 대치 전선이 가파르게 형성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주 강성 친명(친이재명)인 박찬대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했고, 국민의힘은 오는 9일 새로운 원내 사령탑을 세울 예정이어서 22대 국회 길목에서 치열한 기선제압 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당장 여야 신임 원내 지도부가 마주할 현안은 '채상병 특검법'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지난 2일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단독 처리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하겠다고 했고, 대통령실도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실제로 거부권을 행사하면 채상병 특검법은 국회로 돌아와 재표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직전인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특검법 재표결을 관철하겠다는 구상이다.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채상병 특검법은 국회 문턱을 넘게 된다.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는 이탈표를 단속해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 당내에서는 특검법이 가결될 정도의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4·10 총선에서 낙선·낙천하거나 불출마한 의원이 50여명에 달하는데다 총선 참패 여파로 일사불란한 단일대오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앞서 김웅 의원은 2일 본회의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총선 이후 여권의 전면적인 쇄신을 강조해온 안철수 의원의 경우 재표결 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따라서 본회의에 소속 의원이 빠짐없이 참석해 반대표를 던질지는 새 원내 지도부의 설득력에 달려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드러난 정권 심판 민심이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요구한다는 여론전을 앞세워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또 여당의 내부 단속과는 무관하게 최대한 야권의 표를 끌어모아 채상병 특검법을 21대 국회 임기 내에 마무리하겠다는 전략이다.
채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는 22대 국회에 고스란히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이 재표결에서 부결되더라도 22대 국회에서 재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둘러싼 특검법도 발의해 대여 공세의 강도를 한껏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은 이에 더해 이재명 대표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주장한 '술자리 진술 조작 회유' 의혹과 관련해서도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태세다.
민주당 '정치검찰 사건 조작 특별대책단'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검찰이 이 전 부지사 관련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관련 특검법을 22대 국회 개원하자마자 발의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특별대책단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지휘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딸 조민 씨 입시 비리 수사 과정에 검찰의 조작이 있었는지도 특검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한다.
다만, 다른 대책단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검토 사실을 묻는 말에 "전혀 논의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해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두고도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22대 국회 기준 171석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여당이 위원장을 맡는 게 전통이었던 운영위원회와 원내 제2당 몫이 관례였던 법사위원회 위원장을 가져온다는 원칙에 따라 원 구성 협상에 임할 방침이다.
4년 전 21대 국회 개원 당시에는 7월이 돼서야 원 구성이 끝났지만, 이번에는 6월을 넘기지 않으리라는 게 민주당의 시각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회의장직 도전을 선언한 주자들이 '기계적 중립'은 없다고 한 상황에서 원 구성 협상이 여당의 '몽니'로 마냥 늘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본회의 표결로 신속히 선출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이 야당 출신이면 법사위원장은 여당이 해야 균형 잡힌 국회 운영이 가능하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모든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법사위원장까지 민주당이 차지한다면 '거야의 입법 폭주'를 제어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회의장에 법사위원장까지 다 한다는 것은 독재적인 발상"이라며 "민주당이 강경하게 나올수록 그만큼 부정적인 국민 여론도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