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있는 80대 고객 예금 1억 원 빼돌린 20대 농협 직원 (충북)

충북에 있는 한 농협 직원이 청각장애가 있는 고령의 고객 계좌에서 약 1억 원의 예금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K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15일 경찰은 20대 농협 직원 A씨를 횡령 혐의 등으로 입건하고 무단 인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북 면 소재의 농협 직원 A 씨는 80대 청각장애인 고객 B 씨의 계좌로부터 올해 2월까지 약 1억3백만 원 가량의 돈을 무단으로 인출했다. 지난해 10월 17일 하루에만 6백만 원씩 모두 세 차례에 걸쳐 1800만 원이 빠져나갔다.

B 씨의 가족은 1년짜리 정기 예금을 가입한 날부터 무단 인출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인출 수법도 드러났다. A 씨는 다른 지역 농협의 현금 인출기에서 타인 명의의 계좌로 돈을 보내거나 현금을 빼냈다. 모두 고객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야만 가능한 범죄였다.

한 농협 관계자는 고령의 B 씨가 예금 가입 과정에서 계좌 비밀번호를 직접 입력하는 대신 A 씨에게 말해줬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이 사건과 별개로 이 직원의 근무 기간 전체를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 추가 무단 인출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B 씨는 최근 농협의 한 간부가 자신의 집으로 찾아와 금융 사고 소식을 전하면서 뒤늦게 자신의 예금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알게 됐다. 피해자 가족은 금융 사고가 빈번한 농협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별도로 사건 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농협의 '사고'는 이게 끝이 아니다.

근처 도심에 있는 다른 농협 은행 지점의 직원 역시 내부 감사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직원은 최근 4년여 동안 부동산 담보 대출 평가액을 부풀려 실제보다 많은 금액을 대출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규모만 109억 원이 넘어간다.

최근 잇따른 금융 사고로 고객들의 불안감이 점점 더 커지는 가운데 농협은 "사고 수습과 함께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에 홍문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지역 농·축협과 농협 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은 264건이며 피해 규모는 594억 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