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미용실 디자이너들 “고객한테 받았어요” 선물 자랑… 실상 알면 실소 나온다

2024-03-1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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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 다니는 미용실서 생겨난 풍습”
일부 미용사들, 도용된 사진으로 과시 빈축

서울 강남 유명 미용실의 헤어 디자이너(미용사)들이 손님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경쟁적으로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하는 것이 트렌드가 된 지 오래다. 손님에게 이 정도로 대접받는다는 자기 과시와 함께 다른 손님들의 선물 상납을 유도하려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일부 헤어 디자이너들이 올린 선물 사진들은 무단 도용된 것이어서 실소를 자아내고 있다.

13일 온라인 커뮤니티 개드립에 '요즘 강남 쪽 미용실에서 유행하는 문화'라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강남 유명 미용실 소속 헤어 디자이너들이 자기 SNS에 올린 자랑 글과 사진이 취합돼 담겼다.

'고객님이 사주신 잠봉뵈르' / SNS
'고객님이 사주신 잠봉뵈르' / SNS
고객님이 사주신 슈퍼 말차 라떼와 롤케이크.  / SNS
고객님이 사주신 슈퍼 말차 라떼와 롤케이크. / SNS

한 디자이너는 "오전에 오신 고객님이 사주신 잠봉뵈르(프랑스 대표 샌드위치), 열심히 일하고 먹는 늦은 점심. 잘 먹겠습니다'고 뽐냈고, 다른 디자이너는 ''슈퍼 말차 라떼 마셔보고 싶었는데 고객님이 롤케이크 사 오셨다"고 적었다.

이 정도는 애교 수준이다.

'고객님이 사주신 버버리 드레스' / SNS
'고객님이 사주신 버버리 드레스' / SNS

또 다른 디자이너는 명품 버버리 쇼핑백 사진을 올리며 "옷 선물 주신 고객님. 부담스러워서 못 받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안 받으면 머리 하러 안 오신다기에. 잘 입겠습니다"고 뻐겼다.

'고객님이 사주신 황제 망고 한 박스' / SNS
'고객님이 사주신 황제 망고 한 박스' / SNS
'고객님이 사주신 학원전 빵' / SNS
'고객님이 사주신 학원전 빵' / SNS

그 외에 "오늘 고객님이 황제 망고 한 박스 주셨다", "고객님이 사주신 학원전(부산 해운대 유명 빵집에서 판매되는 빵). 오늘 점심 먹을 시간 없었는데 잘 됐다", "고객님이 직접 집에서 만들어오신 한우 김밥" 등 오글거리는 손 편지도 눈에 띄었다.

팁으로 기프티콘을 쏘는 고객도 있었다.

SNS
SNS

한 디자이너는 "오늘 저녁 너무 소식한 것 같아서 고객님이 보내주신 기프티콘으로 잘 먹겠습니다"며 치킨 세트 사진을 첨부했다.

게시 글 작성자는 "(손님들이) 미용실 갈 때 선생님들(헤어 디자이너) 드시라고 가벼운 식사, 빵류, 디저트류, 기프티콘을 챙긴다"며 "연예인들 다니는 미용실에서 생겨난 풍습이라고 한다"고 소개했다.

서비스 반대급부로 성의를 표시하는 거야 인지상정이지만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굳이 저 정도까지?'라는 생각이 들 법하다.

알고 보니 일부 디자이너들이 올린 사진들은 속임수였다. 다른 SNS 이용자의 계정에서 퍼온 이미지를 버젓이 손님에게서 받은 양 포장한 것들이었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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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SNS 이용자는 한 디자이너가 올린 황제 망고 사진을 문제 삼으며 "인스타그램 도용 살벌하네. 우리 엄마가 나 먹으라고 사준 망고가 고객님이 사다 주신 망고가 돼 버렸다"고 폭로했다. 자신이 올린 망고 사진을 이 디자이너가 허락도 없이 끌어다 썼다는 얘기다.

손님한테 선물을 받은 척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일상에서 먹은 음식 사진까지 도용하다 걸린 디자이너도 있었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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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SNS 이용자는 한 디자이너가 '김밥 튀김과 떡볶이. 어제 술 마시고 오늘 한 끼도 안 먹었더니 머리가 빠질 거 같았는데 밥 먹으니까 멀쩡해졌다'는 글귀와 함께 올린 음식 사진을, 본인이 앞서 계정에 올린 똑같은 사진과 나열하며 "그냥 직접 시켜 드시라"고 비꼬았다.

SNS
SNS

사진을 도용당한 SNS 이용자가 항의하자, 한 디자이너는 "정말 잘못했고 경솔했다. 화도 당연히 나실 거고 어이도 없으시겠지만 정말 죄송하다"며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사과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