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시민단체몫 비례 후보 심각한 우려”…재추천 요구
2024-03-1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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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국민 눈높이 맞는 인선 필요”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야권 연합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시민사회 몫 비례 대표 후보들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사실상 재추천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연합의 후보 검증 및 논의 단계에서 후보들을 추천한 시민사회 측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민주당 김민석 상황실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시민사회가 추천하는 국민 후보 4인의 선정 결과를 놓고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도 이날 충남 천안 기자회견에서 "내부적으로 이 문제(시민사회 추천 비례후보)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정치는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켜야 하는 장이기 때문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고 기대에 부합하는 합리적 인선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하는 민주당(20명)과 진보당(3명), 새진보연합(3명), 시민사회단체 연합정치시민회의(4명)는 각각 비례대표 후보를 선정하되, 상징성이 큰 1번은 시민사회 몫으로 주기로 합의한 상태다.
시민사회 몫 후보 4명으로는 전날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정영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구례군농민회장,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이 선발됐다.
민주당 최고위 회의에서는 시민사회 몫 후보로 정당 활동 색채가 강한 인사들이 선정된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고 한다.
진보당과 기본소득당이 중심인 새진보연합도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만큼 정당 활동가보다는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 등 경제·사회적 약자를 대표하는 인사가 시민사회 몫 후보로 추천되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한 지도부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특정인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정당 색이 강한 인물이 포함된 데 대해 우려했다"며 "진보당이 과다 대표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전 위원과 정 구례군농민회장의 후보 선출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지낸 전 운영위원은 '겨레하나' 활동가 출신이다. 겨레하나는 한미연합훈련 반대 시위 등을 한 반미 단체로 알려져 있다.
정 구례군농민회장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자주통일위원장, 사무총장과 부회장 등을 지낸 전여농 핵심 인사 출신이다. 전여농은 백남기 농민이 국가 폭력을 당했다며 진상 규명을 요청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반대 시위를 주도한 단체다.
특히 전 위원이 여성 1위로 비례 1번에 배치된다는 점도 당 지도부의 우려 사항으로 알려졌다.
시민사회 추천 후보를 첫 순서에 넣고 여성을 우선 배치한다는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 순번 원칙을 그대로 따른다면 전 운영위원이 '비례 1번'을 받게 된다.
비례대표 후보 1번은 해당 정파의 정치 철학과 공약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다.
민주당 지도부는 상징성이 큰 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는 후보를 내세워야 하는 비례 1번에 전 위원이 적합한 후보인지를 놓고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핵심 당직자는 통화에서 "회의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상당히 분출했다"며 "비례대표 후보 1번에 대해서는 총의를 모으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 단장으로 협상을 이끌어온 박홍근 의원은 이 같은 당내 우려를 사민사회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의 우려가 나온 만큼 민주당이 주도하는 더불어민주연합의 최고위원회 차원에서 후보 추천 문제를 재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과거 합의를 할 때) 각 단위가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추천할 경우 문제가 있으면 다시 돌려보내 재추천을 받는 것으로 이야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더불어민주연합 차원의 재논의가 이뤄지면 시민사회 측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정치시민회의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 위원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총학생회장 시절 반값 등록금 운동에 앞장섰고, 현재 금융정의연대에서 청년들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을 평가받아 여성 1위 후보로 선출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