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한 홍영표가 대놓고 이재명 앞에서 “당신” 운운하며 한 말

2024-02-28 09:20

add remove print link

“남의 가죽 그리 벗기다간 손에 피칠갑하게 된다”
공천 갈등으로 '심리적 분당' 상황 치닫는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박용진(맨 왼쪽), 홍영표(맨 오른쪽) 의원 등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더불어민주당 박용진(맨 왼쪽), 홍영표(맨 오른쪽) 의원 등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2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의 분위기는 험악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공천 배제에 폭발한 친문(친문재인)이 당권을 장악한 친명(친이재명)을 상대로 '공천 학살'을 성토했기 때문이다. 일부 친문계 의원이 이재명 대표에게 대놓고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임 전 비서실장의 서울 중구·성동구갑 공천은 친명-친문 갈등의 뇌관이었다. 임 전 비서실장이 문재인 정부 인사를 상징하기 때문. 이 때문에 중구·성동구갑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전략 단수공천되자 의총은 친문계가 지도부를 성토하는 자리가 됐다.

의총에선 27명이 발언했다. 다수가 임 전 비서실장의 공천 배제를 계기 삼아 지도부의 공천 관리를 강하게 성토했다.

28일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친문계 좌장 격인 홍영표 의원은 의총에서 이 대표를 향해 “남의 가죽을 그렇게 벗기다간 손에 피칠갑을 하게 된다. 당신 가죽은 안 벗기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공천을 두고 친문계에서 반발이 이는 데 대해 '혁신은 가죽을 벗기는 아픈 과정'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박병석 의원은 “정권은 유한하고 권력은 무상하다”며 “바른 길로 가라”고 지도부에 요구했다. 의총 분위기에 대해 한 의원은 “임 전 실장 공천 배제는 ‘명문 정당’도, 통합도 깨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여러 의원에게서 나왔다”고 한겨레에 전했다.

이 대표는 친문계의 성토를 듣기만 했을 뿐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홍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명문 정당이 아닌 멸문 정당이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과 ‘문재인’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딴 ‘명문 정당’은 민주당의 계파 화합을 상징하는 조어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심리적 분당'으로 치달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친문계 고민정 의원이 임 전 실장 공천 배제 발표 후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했다. 평가 하위 20% 통보를 받은 김영주 국회부의장과 하위 10% 통보를 받은 박영순 의원이 탈당했다. 설훈 의원도 탈당을 선언했다. 5~10명 정도의 추가 탈당자가 나올 것이란 얘기도 돈다. 일각에선 비명계가 민주연대(가칭)를 구성해 친명계에 대항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 대표 왼쪽에 있는 인물은 정청래 의원이다. /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 대표 왼쪽에 있는 인물은 정청래 의원이다. / 뉴스1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