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 “응급실 못 가는 분 있나, 의료대란 부추기지 말라”

2024-02-2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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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수술은 본래 응급수술 아냐…지나친 의료쇼핑 좋지 않아”

전공의 집단행동 개시 후 처음 맞는 주말인 25일 인천시 중구 인하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에 응급실 진료 지연을 안내하고 있다.  / 뉴스1
전공의 집단행동 개시 후 처음 맞는 주말인 25일 인천시 중구 인하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에 응급실 진료 지연을 안내하고 있다. / 뉴스1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정부가 의료계와의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관련 내용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지금) 응급실 못 가는 분 있나" "(국민이) 지나치게 의료 쇼핑하고 있다" 등 현실과 다르거나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발언이 잇달아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6일 서울의대 대강당에서 전격 회동한 뒤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회동에는 교수와 전공의 약 80명이 참석했다.

비대위는 이날 성명에서 "전공의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현장을 떠나고 있는 것이며, 이를 돌리기 위한 대책은 협박이나 강제가 아니라 설득에 의해야 한다"며 "제자들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법률적으로 부당할 경우 우리도 사법적 위험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대화는 모든 것에 우선한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과 소통 채널을 만들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기적으로 만나서 대화하기를 요청한다"며 "실질적인 협의는 4월 총선 이후로 연기하는 대신 그동안 의제 설정과 기본적인 상호 의견교환을 지속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을 시작한지 일주일째인 26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옮기고 있다. / 뉴스1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을 시작한지 일주일째인 26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옮기고 있다. / 뉴스1

정진행 비대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은 회동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을 가졌다. 문제의 발언들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정 위원장은 '의료대란' 표현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정 위원장은 "필수의료 체계를 감당하는 교수들이 병원에서 연속 160시간 근무하면서 (현장을) 책임지고 있다"며 "(지금) 우리 국민 중 응급실 못 가는 분 계시느냐. '의료대란' 일어났다고 부추기는 정부와 언론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과 달리 지난 주말 사이 응급실 '전화 뺑뺑이'를 돌던 80대 심정지 환자가 사망하는 등 병원 이송 지연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 위원장은 암 환자의 수술이 연기되는 등 불안이 커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암 수술은 본래 응급수술이 아니라 예정된 수술"이라며 "여러 가지 검사 등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고, 응급은 당장 수술·처치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일축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돌입한 후 첫 주말을 맞은 25일 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응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 뉴스1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돌입한 후 첫 주말을 맞은 25일 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응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 뉴스1

오히려 정 위원장은 국민들의 의료 이용이 과도하다고 지적을 했다. 그는 "일단 국민께 호소한다. 의사는 노예가 아니다"라고 한 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 계속 얘기하는데, OECD에 비해 너무 지나치게 의료 쇼핑하고 있다. 좋지 않다"고 했다.

2000명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서는 "의사는 환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집단"이라며 "전문가는 내가 먹고 살 걸 창출할 수 있어서 위험한 것이다. 그래서 (정확한) 숫자가 필요한 거고, 서양에서도 의사 숫자 함부로 안 늘린다"고 말했다.

이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들에게 "29일까지 여러분들이 떠났던 병원으로 돌아온다면 지나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무슨 책임이 있느냐"며 반문했다.

정 위원장은 "전공의들에 '악마 프레임'을 씌운 데 대해 정부가 책임지라"며 "책임은 잘못한 사람에게 묻는 것이다. 그 말 거둬달라. 사죄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내뱉는 '법정최고형' 등 위헌적 발언을 전공의에 대한 협박죄, 모욕죄로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home 김민수 기자 km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