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정몽규 축협회장에게 농담으로 말했는데 대표팀 감독 됐다”
2024-02-1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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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 해명과 다른 감독 선임 비화 논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서 축출된 위르겐 클린스만이 경질되기 몇 주 전 자국 매체에 자신의 선임 과정을 설명한 인터뷰가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농담조로 한국 대표팀 감독 자리에 관심을 보였는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비화를 공개했다. 클린스만 선임 과정에서 자신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정 회장의 발언과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을 일방적으로 선임한 것과 관련해 배임 등 혐의로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어 해당 인터뷰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달 21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클린스만과 심층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매체는 클린스만 전 감독과 정 회장의 돈독한 관계를 언급했다.
클린스만은 인터뷰에서 "2017년 정몽규 회장과 처음 만났고, 이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8강 또는 준결승 경기의 VIP 구역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고 돌이켰다. 클린스만과 정 회장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전에서 탈락하고, 한국 사령탑인 파울루 벤투 감독의 사임이 발표됐을 때 우연히 경기장에서 만난 것이다.
당시 클린스만은 "월드컵에서 정 회장과 만나 인사한 뒤 '감독 찾고 있냐'고 물었다"며 "그랬더니 정 회장 표정이 굳더니 '진심이냐'고 되물었다"고 회상했다.
이 상황에 대해 그는 농담조로 말했다고 매체에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날 우리는 한 호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며 "그때 내가 (정 회장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하며 '우리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 그냥 말했던 거니 혹시 흥미가 있으면 연락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클린스만은 "그로부터 몇 주 뒤에 정 회장에게 전화가 왔다"며 "정 회장이 (통화에서) 관심을 표했고, 그렇게 농담에서 모든 일이 시작됐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클린스만이 공개한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은 정 회장이 밝혔던 프로세스와는 다소 맞지 않는다.
정 회장은 지난 16일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을 발표하면서 “클린스만 감독 선임은 전임 벤투 감독 선임 때와 같은 프로세스로 진행했다”며 “61명에서 23명으로 후보군을 좁힌 뒤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5명을 인터뷰했다. 이후 1, 2위와 2차 면접을 진행했고 클린스만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클린스만은 또 매체에 “(감독으로서)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곧바로 정 회장에게 문자 메시지로 연락해 직접 대면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의 사무실이 용산역에 있다며 자신의 숙소에서 5분 거리라고 말했다. 실제 클린스만은 감독 시절 서울 용산역 인근 호텔에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 회장의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역시 용산역에 있다.
한편 정 회장은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로부터 강요와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된 상태다. 서민위는 정 회장이 협회 관계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을 임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