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녀 191번 찌른 영월 남성, 실제 목소리 담긴 '통화 녹취'
2024-02-15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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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전날 피해자와 주고 받은 카카오톡 대화는 지극히 평범해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를 191번이나 찔러 죽인 사건이 재조명됐다.
15일 MBC '실화탐사대'는 '영월 약혼녀 살인사건'의 자세한 전말을 다뤘다.
20대 남성 류 모 씨는 지난해 7월 24일 영월군 덕포리 한 아파트에서 결혼을 전제로 동거 중이던 25살 여자친구 정혜주 씨를 살해했다.
류 씨는 회칼로 정 씨를 191번이나 찔렀다. 병원에서조차 가족에게 "시신 확인을 안 하는 게 좋겠다"고 말렸을 정도다. 유일하게 시신을 본 삼촌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한 곳이 없었다.사람이 어떻게 그런 짓을..."이라며 분노했다.
고인의 가족, 류 씨와 정 씨를 모두 알았던 친구, 류 씨의 직장 상사 등 지인들은 모두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둘 사이가 너무 좋았다. 류 씨는 착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류 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층간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여자친구가 나를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며 우발적인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실화탐사대'는 류 씨와 정 씨가 사건 전날 주고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평범한 일상 대화가 전부였다.
'실화탐사대'는 "두 사람이 동거를 시작한 후 실제로 금전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매달 나가는 생활비도 빠듯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류 씨와 정 씨의 실제 전화 녹취 음성을 공개했다. 류 씨가 "이번 달 휴대폰 요금 20만 원 나왔던데"라고 하자, 정 씨는 "뭐했냐? 소액결제 했냐?"라고 물었다. 류 씨는 "어"라고 답했고 정 씨는 "소액결제를 왜 해 오빠?"라고 했다. 류 씨가 "뭐 한 것도 없는데"라고 하자 정 씨는 "빚만 갚다 인생 끝날 거야?"라고 말했다. 류 씨는 "아니지"라고 했고, 정 씨는 "그니까 빌리지 말라고"라고 했다. 류 씨는 "응 알겠어"라고 대답했고, 정 씨는 "그거 안 빌리면 그거 안 갚아도 되는 건데"라고 말했다.
류 씨 직장 상사는 "저한테 사실 (류 씨가) 매달 50만 원 빌릴 때도 있고 100만 원 빌릴 때도 있고 그래서 '한 달만 허리띠 바짝 졸라매라. 그러면 다음 달에는 네 월급 그대로 가지고 생활할 거다'라고 말해줬다. 안 되더라고"라고 전했다.
류 씨는 수사과정 중 전문 조사관 면담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는 "여자친구를 죽이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날 휴게실에서 문득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으로 갔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재판에선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류 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류 씨는 검찰 측이 항소를 하기도 전에 이미 먼저 항소했다.
류 씨 어머니는 '실화탐사대' 제작진을 만난 자리에서 "내가 내 자식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너무 착해서. 내가 할 말이 많지만 죄인이니까 할 말을 꾹 참는 거에요. (범행 동기는) 모르겠어요. 따로 사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요. 너무너무 억울하고 나도 억울해요. 그래도 죄인이니까 너무 미안하고"라며 오열하다 대문을 닫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