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전쟁' 관람으로 악플 맞은 나얼 이후... 연예인 정치색 논란에 불붙이나
2024-02-1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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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나얼, ‘건국전쟁’ 관람평 올린 후 갑론을박 일어
“정치관 자유롭게 이야기할 풍토 조성 필요” 전문가 지적
연예인이 공인으로 취급받는 대한민국의 특성인 것일까. 유명 연예인의 정치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가수 나얼은 지난 1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영화 '건국전쟁' 포스터 사진과 이승만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낡은 성경 사진을 게재했다. 이와 함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그 안에 굳게 서고 다시는 속박의 멍에를 메지 말라"는 성경 구절을 적었다.
영화 '건국전쟁'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 전 대통령의 청년기와 개인 업적을 중심으로 건국사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건국전쟁'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나흘 간의 설 연휴 기간 동안 23만 6441명이 관람해 손익분기점 약 20만 명을 가볍게 넘어섰다.
여권 역시 선거철을 앞두고 당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건국전쟁’ 관람 인증을 올리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서울 여의도동 한 극장에서 ‘건국전쟁’을 보고 기자들과 만나 “그분(이 전 대통령)의 모든 게 미화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굉장히 중요한 시대적 결단이 있었고, 그 결단에 대해 충분히 곱씹어 봐야 한다”고 했다.
나얼의 '건국전쟁' 관람 인증 글이 올라오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나얼을 보수 지지자를 비하하는 단어인 '2찍'으로 부르며 비방하는 글이 올라왔다. 반면 "정치 성향 인증한 게 무슨 죄인가?" 등의 반응도 있었다. 계속 이런 논란이 이어지자 결국 나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달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처럼 네티즌들이 자신의 정치적 입맛에 맞는 셀럽들의 행보에 대해 비방하거나 추켜세우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배우 이영애는 지난해 9월 '(재) 이승만대통령 기념재단'에 기부금을 쾌척했단 이유로 진보 계열 네티즌들에게 악플을 받기도 했다.
이에 이영애는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각에서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의도는 없다. 역대 대통령 분들에게 공도 있고 과도 있겠으나, 나라를 위한 분들이지 않나. 그분들에 관해 너무 안 좋게만 생각하거나 하지 말고, 발전적으로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기부인 것 같다"며 "여당, 야당 이런 걸 구분한 게 아니다"라고 의도를 전했다.
그런가 하면 동년 8월 인기 록밴드 '자우림'의 멤버 김윤아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소식을 언급하며 “며칠 전부터 나는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블레이드 러너+ 4년에 영화적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되기 시작한다” “방사능 비가 그치지 않아 빛도 들지 않는 영화 속 LA의 풍경. 오늘 같은 날 지옥에 대해 생각한다” 등의 게시물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또 ‘RIP 지구(地球)’라고 적으며 노골적으로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가 악플을 받았다.
당시 김윤아는 “말로만 듣던 그분들이 친히 댓글 달러 와 주신다니”라며 의연한 반응을 보였지만 비판이 계속되자 “정치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이 아니었다”며 꼬리를 내렸다.
이에 대해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한국에는 굉장히 이상한 방식으로 중립을 요구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며 정치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미국 같은 경우 연예인들이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며 "성별이 정치의 문제가 됐고, 정치는 종교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 타자에 대한 혐오가 깔려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