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현실 같아서 더 씁쓸해” 영화평론가가 꼽은 '초고령 사회' 조명 작품들

2024-02-0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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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 영화평론가가 설명하는 '영화 속 고령화 사회의 씁쓸하고도 참혹한 현실'
티앤씨재단, 노화 및 세대갈등 주제로 전문가 강연 및 대담 영상 8편 순차 공개

‘인구 데드 크로스(Dead Cross)’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지면서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12월 처음으로 인구 데드 크로스를 겪었다. 인구 데드 크로스의 주요 원인으로 저출생과 고령화가 꼽히는 만큼, 대한민국은 지금 유례없는 저출생·고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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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 표현되곤 하는 영화 역시 이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2000년 이후 영화계에서는 주로 망명과 난민 문제, 소수자의 역사와 세계관, 그리고 노령인구 및 고령 사회를 다루는 작품이 훌쩍 늘었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예측한 고령화 사회는 어떨까.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티앤씨재단’에는 김혜리 영화평론가와 함께한 영상 하나가 공개됐다.

‘죽음을 부추기는 사회-영화, 노년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고령화 사회의 씁쓸한 현실이 담긴 영화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튜브, 티앤씨재단

가장 먼저 김혜리 평론가가 꼽은 영화는 2022년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상을 받은 일본의 작품이다.

영화 ‘플랜 75’는 한국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이 영화는 정부가 복지 부담을 줄이려 75세 이상 노인의 자살을 권고한다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을 다뤘다.

영화 '플랜75' 포스터
영화 '플랜75' 포스터

영화 ‘플랜 75’는 노년층이 고령화 사회에서 겪는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주인공 가쿠타니 미치는 78세의 여성으로, 노동시장에서 밀려나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빈곤함에 시달리며 인간으로서의 품위도 지킬 수 없는 상황에 몰린다.

유튜브, 티앤씨재단
유튜브, 티앤씨재단
이하 영화 '플랜75' 스틸컷
이하 영화 '플랜75' 스틸컷

가쿠타니 미치가 최후에 플랜 75로 눈을 돌린 것은 분명하게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지만, 영화는 이를 개인의 선택인 것처럼 천천히 교양 있게 몰아간다.

또 영화 중간에는 정부의 법안 플랜 75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플랜 65까지 도입 검토 중이라는 보도를 통해 초고령 사회가 가져온 비극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어 영상에서 소개된 영화는 2016년 개봉한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다.

이 작품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 당하는 노년층을 조명하고 있다. 유능한 목공 노동자였던 다니엘은 어느 날 심근경색으로 일을 그만두지만,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포스터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포스터

지원을 받기 위한 복지 신청 절차에서 다니엘은 컴퓨터 사용법을 몰라 애를 먹기도 하고, 자신이 얼마나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지 증명하는 과정에서 수치심까지 느끼지만, 그 누구도 이 괴로운 상황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유튜브, 티앤씨재단
유튜브, 티앤씨재단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다니엘은 한 건물의 벽에 ‘나, 다니엘 블레이크’라는 낙서를 남기기 시작한다. 이는 다니엘 본인이 ‘골칫거리 문제 집단 노년층이 아닌,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개인’임을 내포하는 것으로 앞서 소개한 영화 ‘플랜 75’와 결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김혜리 영화평론가는 “고령화 사회의 문제는 지금까지 자본주의 사회가 추구해 온 이윤 제일주의 가치관의 역습일지도 모른다”라며, “저출생과 고령화가 인류 역사의 흐름이라면, 막연히 부정하기보다 흐름에 적합하게 사회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고령화 사회를 피할 수 없다면 모든 사회구성원의 행복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튜브, 티앤씨재단
유튜브, 티앤씨재단

고령화 사회에 대한 김혜리 영화평론가의 남다른 통찰력으로 뜻깊은 울림을 준 이 영상은 티앤씨재단의 공감 컨퍼런스 ‘노시니어존(老 see:near zone)’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컨퍼런스의 이름은 ‘노인 출입 금지’라는 뜻을 가진 신조어 ‘노 시니어 존’에서 따왔다. 또 노인을 뜻하는 한자 ‘老(노)’와 가까운 곳을 둘러본다는 의미로 ‘see near(시니어)’를 조합해서 노년의 삶을 우리 모두에게 가까이 다가올 일로 바라보고, 이를 통해 세대 간 공감을 모색해 보자는 의미를 가졌다.

티앤씨재단은 김혜리 영화평론가의 영상을 비롯해 작가, 영화평론가, 사회학자, 사회복지학자, 전문의, 경제학자, 고인류학자 등 연사 7인의 통찰이 담긴 강연과 대담 영상 총 8편을 매일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티앤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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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노정영 기자 njy2228@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