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명절 문화, 콧대 높은 종가집마저 제사 줄였다"
2024-02-0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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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지역 40대 종가를 대상으로 제사 방식 조사
달라진 명절 문화에 뿌리 깊은 종가도 제사 방식을 바꾸고 있다.
지난 6일 한국국학진흥원(이하 진흥원)에 따르면 진흥원은 최근 안동 지역 40개 종가를 대상으로 제사 방식을 조사했다.
이번 조사는 4대 봉사만을 대상으로 했다.
종가에서는 보통 위로 4대까지 제사를 지내는 4대 봉사와 불천위(4대 봉사를 넘어 영구히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허락된 신위) 제사, 설과 추석 등 1년에 평균 12번의 제사를 지낸다.

그런데 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안동 지역 40개 종가 모두 전통적 관행에 따라 밤 11~12시에 지내던 제사를 저녁 7~9시로 당겼다.
시간을 바꾸자 제사 준비 부담감도 훨씬 줄었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해가 늦게 지는 여름에는 저녁 8시 이후가 적합하고, 해가 일찍 지는 겨울에는 저녁 7시 전후가 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부부 기제사를 합해 지내는 방식도 생겼다.
기제사는 고인이 돌아가신 날을 기준으로 각각 지내는데, 남편 기일에 부부를 함께 모시고 부인 제사는 생략하는 방식이 등장한 것이다.

이는 잦은 제사로 인한 경제적·시간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40개 종가 가운데 약 90%에 달하는 35개 종가에서 합사 형태를 바꿨다.
종손들은 “조부모는 생전에 뵌 적이 있어 친밀감이 깊다”며 "조상이라도 얼굴을 본 적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진흥원의 김미영 수석연구위원은 “모든 문화가 그렇듯 제사도 시대 흐름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며 이런 경향은 세대가 교체되면서 더욱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전통문화 롤모델인 종가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바람은 한국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조상 제사를 비롯한 관혼상제 지침을 마련한 『주자가례(朱子家禮)』에도 제사를 주어진 상황에 맞게 수행할 것을 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특정 공휴일을 정해 4대조까지 함께 모시고 여전히 제사를 올리는 종가도 3곳이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