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때 백화점에 날 버리고 간 엄마…10년 지났는데 법적책임 물을 수 있나요?" (디시 사연)

2024-01-2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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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상 유기죄,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할수 있지만⋯
대신 양육해준 외조모가 친모에게 양육비 청구 가능

이하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제작한 AI 이미지.
이하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제작한 AI 이미지.

어릴 적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엄마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그립다는 청년의 사연이 전해졌다. 현재는 이 청년이 인륜을 저버린 엄마에게 분노보다는 애틋한 감정이 앞서는 상태다. 하지만 마음이 변해 지금이라도 비정한 엄마에게 법적책임을 지울 수 있을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인 21살 남성 A씨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랑 백화점에 갔는데 엄마가 곧장 게임기 체험하는 데 나를 데려다 놓고 '엄마 어디 좀 갔다 올게. 아들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며 구슬픈 사연을 꺼냈다.

그는 "엄마가 뒤도 안 돌아보고 가길래 '또 나 두고 친구들 만나고 오려고 그러지?. 엄마 미워'라고 말했는데 엄마가 다시 뒤돌아오더니 좀 슬픈 표정으로 내 얼굴 쓸어 만지고 뽀뽀해주고 꼭 안아줬다"고 말을 이었다.

이어 "당시에 내가 숫자 세는 걸 좋아해서 1억이라는 숫자를 아니까 '1억 초(약 3년) 동안 오지 마라'고 했는데 엄마가 아무 말도 없이 그대로 가고는 백화점 문 닫을 때까지 안 왔다"며 "그 뒤로 지금까지 엄마를 못 만났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가 지금 21살인데 10년 넘게 지난 지금도 가끔 꿈에서 엄마가 나오는데 그럴 때마다 베개가 흠뻑 젖어있을 정도로 눈물을 흘려놓은 채로 잠에서 깨곤 한다"고 고백했다.

A씨는 "엄마랑 헤어진 이후 외할머니랑 사는데 외할머니가 하루는 '너 고등학교 졸업식 때 엄마가 왔었는데 얘기 안 했다. 미안하다'고 해서 처음으로 외할머니에게 화를 냈다"며 "만약 백화점에서 엄마에게 1억 초 동안 오지 말라고 말 안 했다면 어땠을까"라고 자책했다.

그는 "설사 그리 말했더라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을 걸 아는 나이가 됐음에도 아홉 살 어린 나이에 하루하루 그 말을 후회하며 잠들기 전에 누워서 숫자를 셀 때마다 눈물 한 방울 흘리며 엄마를 기다리던 기억들 때문에 지금까지도 후회가 된다"고 했다.

누리꾼들은 어린 자식을 버리고 떠난 매정한 엄마를 앞다퉈 비난했다. 지금이라도 A씨가 엄마와 재회한다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이론상 부모가 어린 자녀를 두고 가출한 경우 형사상 유기죄로 고소하거나 민사상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다.

다만 두 방법 모두 현재로선 A 씨에게 적용하기 어렵다. 형법상 나이가 어리거나 병에 걸린 사람 등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유기죄를 저지르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제271조 제1항).

문제는 해당 범죄의 공소시효가 10년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설사 A 씨 엄마에게 해당 혐의가 인정된다고 해도, 이미 10년이 지났으니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다.

A 씨가 친모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한도 이미 지난 상태다. 민법 제766조는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사실과 그 가해자를 안 때로부터 3년 이내에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가 소멸한다고 본다.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지난 경우도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

결국 A 씨로선 외할머니를 통해 과거 양육비를 청구하는 것이 유일하게 낼 수 있는 카드인 셈이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