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장애인 스티커 사용해 주차했는데...경찰 "처벌 불가" 통보 논란 (+이유)
2024-01-23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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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사회적 신뢰 훼손시킬 심각한 문제”
가짜 장애인 스티커를 이용해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를 해도 형사 처벌을 하지 못한다는 경찰의 판단이 논란이 되고 있다.
중앙일보는 가짜 장애인 스티커로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 주차를 한 차주를 경찰에 신고했다가 반려당한 제보자들의 사연을 23일 보도했다.
제보자 A 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백화점을 찾아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된 차량의 장애인 주차 표지를 보고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장애인 마크와 '장애인 주차구역 주차 표지'라는 글은 적혀 있었지만, 차량 번호는 펜으로 적혔고, 발급일자와 기관장 직인이 없었다.
A 씨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해당 차량을 관할 구청과 경찰에 신고했다.
양천구청은 해당 차량 소유주가 장애인 주차 표지를 부당 사용했다고 판단해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같은 달 15일 A 씨에 통보했다.
반면 양천경찰서는 지난 10일 해당 차량 소유주의 공문서 위조·위조 공문서 행사 혐의에 대해 입건 전 사건 종결 결정을 내렸다.
발급일자, 유효기간, 발급기관장 란 등이 없어 해당 주차 표지가 공문서로서 형식과 외관을 갖춘 문서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대법원은 2020년 12월 공문서위조죄에 대해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문서라고 믿을 수 있는 형식과 외관을 구비한 문서를 작성하면 공문서위조죄가 성립하지만, 평균 수준의 사리 분별력을 갖는 사람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면 쉽게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의 문서일 경우엔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제보자 B 씨 또한 지난해 6월 장애인 주차 표지 위·변조로 의심되는 차량을 경북 봉화경찰서에 신고했지만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경찰 연락을 받았다.
B 씨는 "지자체에서는 위법이라고 보고 과태료 처분을 내렸는데, 경찰에서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하니 허탈하다. 육안으로 봤을 때 명백한 공문서로 보이고, 이를 위조한 것인데 경찰이 불법을 묵인하는 것 같다"며 같은 해 9월 수사 심의신청서를 낸 상태다.
지난해 4월 장애인 주차 표지 이미지를 온라인에서 내려받아 인쇄한 뒤 차량번호와 발급기관장을 적어 사용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은 지난달 서울남부지법으로부터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정경일 변호사는 이에 대해 "공문서 위조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경찰도 법원도 아닌 일반인이 봤을 때 위조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 근거로 삼은 것"이라며 "경찰이 관련 판례를 과도하게 행정 편의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개인이 부당한 이득을 챙기려는 것만 아니라 공문서, 나아가 공권력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에 따르면 장애인 주차 표지를 위조 또는 도용하거나, 타인에게 양도하는 등 부당한 방법으로 사용하면 과태료 200만원이 부과된다. 이 중 주차 표지를 위조하고 사용했을 경우 공문서 위조 및 위조 공문서 행사 혐의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