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가 3번째 경찰 조사서 한 주장…미묘하게 바뀌었다

성관계 영상을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 축구선수 황의조가 세 번째 경찰 조사를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15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황의조를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지난 12일 약 10시간에 걸친 소환 조사를 마친 뒤 사흘 만이다.

황의조는 이날 조사에서 영상을 찍은 것을 인정하면서도 "상대가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아 불법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황의조는 지난해 11월 첫 경찰 조사 당시 "당시 연인 사이에 합의된 영상"이었다며 불법 촬영 혐의를 전면 부인했었다.

혐의를 부인하는 기조는 같지만, '합의했다'는 표현 대신 '상대가 거부하지 않았다'는 말로 불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쪽으로 미묘하게 주장이 바뀌었다.

이는 피해자 측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피해 여성 A 씨의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황의조의 첫 경찰 조사 직후 "피해자는 촬영에 동의한 바가 없었고, 촬영 직후 영상 삭제도 요구했다"며 "촬영이 있었는지 아예 몰랐던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이후 지난 13일 진행된 2차 소환 조사에서 황의조는 "몰래 촬영한 영상은 아니었다"며 잘 보이는 곳에 휴대전화를 놓았기 때문에 상대가 촬영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으며, 상대가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이은의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황 씨가 11월 첫 경찰 조사에서 했던 주장은 사전에 동의를 매번 구했다는 것이었는데, 이후 황 씨는 변호인을 통해 반복적으로 입장문을 내면서 ‘휴대전화가 보이는 데 있었으니 피해자가 알았다’라는 관심법 같은 주장을 펼쳐왔다"며 "동의를 구했다는 것인가, 동의를 구하지 않았지만 알았을 것이란 말인가. 아니면 주장을 번복하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향후 경찰 조사에서도 피해자 측이 영상 촬영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암묵적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불법성이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은 지난해 6월 자신이 황의조의 전 여자친구라고 주장한 한 네티즌이 황의조와 다수 여성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SNS에 올리며 불거졌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불법 촬영 정황을 포착해 황의조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수사 결과 동영상을 SNS에 올리고 황의조를 협박한 인물은 황의조의 친형수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된 황의조의 형수는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경찰은 이와 별개로 황의조와 그의 변호인이 입장문을 통해 피해 여성의 직업과 혼인 여부 등 신상을 공개했다며 2차 가해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